‘변호사’ 대신 ‘이웃’이 나섰다~광주시 광산구 ‘갈등해결사’, 275건 분쟁 녹였다

2025-11-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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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대신 ‘이웃’이 나섰다~광주시 광산구 ‘갈등해결사’, 275건 분쟁 녹였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층간소음, 누수, 주차 시비… 법정까지 가기에는 사소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이웃 갈등’. 광주 광산구에서는 이제 변호사 대신, 우리 동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웃 갈등 조정활동가’가 이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 ‘우리 동네 해결사’ 14명은, 올해에만 무려 275건의 이웃 분쟁에 뛰어들어, 163건을 ‘대화와 타협’이라는 마법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법보다 가까운 ‘대화’, 처벌보다 따뜻한 ‘이해’

이들의 무기는, 딱딱한 법 조항이 아닌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이다. 2인 1조로 갈등 당사자들을 만나는 활동가들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양쪽의 답답한 속사정을 끝까지 들어준다. 윗집과 아랫집을 오가며 서로가 미처 몰랐던 상황을 설명해주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발생한 누수 문제로 발만 동동 구르던 한 주민은, “내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 이렇게 진심으로 들어준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며 활동가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셜록 홈스’ 뺨치는 현장 조사

때로는 ‘탐정’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벽마다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음으로 몇 달째 전쟁을 치르던 한 아파트에서는, 활동가들이 직접 여러 세대를 방문해 소리의 원인을 추적한 끝에, ‘수격 현상(워터 해머)’이라는 배관 문제를 밝혀냈다. 관리사무소가 즉시 문제를 해결하면서, 길고 길었던 이웃 간의 오해와 갈등은 눈 녹듯 사라졌다.

◆가장 흔한 갈등은 역시 ‘층간소음’

올해 접수된 갈등 유형을 살펴보면, ‘층간소음’이 71%(195건)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누수(15%), 흡연(5%), 반려동물(3%) 문제가 뒤를 이으며, 대부분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생활 갈등임을 보여주었다.

◆‘성공 사례집’으로 노하우 공유…“대화로 푸는 문화 확산”

광산구는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엮어 ‘이웃갈등 해결 사례집’을 제작, 더 많은 주민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박병규 구청장은 “이웃 간의 갈등은, 법의 잣대로 해결하기보다 대화로 푸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법”이라며, “앞으로 전문 인력을 더욱 확충해, ‘싸움’이 아닌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공동체 문화를 광산구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정의 높은 문턱 앞에서 좌절했던 수많은 생활 갈등이, 이제 ‘우리 동네 해결사’들의 따뜻한 중재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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