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CEO 이순신’에게 길을 묻다~“공직자의 자리, 사사로운 이익 챙기는 곳 아냐”

2025-11-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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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CEO 이순신’에게 길을 묻다~“공직자의 자리, 사사로운 이익 챙기는 곳 아냐”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왕의 부당한 명령조차 거부했던 충무공의 강직함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단 한 명의 병사라도 더 살리려는, 백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책임감’이었습니다.” 27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주최한 ‘항만물류 리더스 아카데미’의 강단에 선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400여 년 전 수군을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을 ‘전쟁 영웅’이 아닌, 국가 조직을 경영한 ‘CEO’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난중일기』는 ‘빅데이터’, 거북선은 ‘R&D 성과’

김 전 총장이 재해석한 이순신은, 현대 경영학의 이론을 완벽하게 실천한 ‘천재 CEO’였다. 매일같이 바다와 날씨, 적군의 동향을 기록한 『난중일기』는,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이터 경영’의 정수였다. 판옥선과 거북선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것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R&D 경영’의 교과서였다.

◆사람이 전부다…인재 중심의 ‘HR 경영’

그의 경영 철학 핵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탈영병은 엄하게 다스렸지만, 병사들의 사기와 복지는 내 몸처럼 챙겼다. 직접 무과를 주관해 100여 명의 유능한 장교를 발탁하고, 심지어 의병과 승병까지 아우르는 ‘열린 인사’를 통해, 인재 풀을 극대화했다. 이는 현대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인재 전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최초의 ‘공급망 관리(SCM)’를 구축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외부의 지원이 끊긴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화약과 군량미, 심지어 군함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경영학의 핵심 개념인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를 400년 전에 이미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청렴’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영 전략을 뛰어넘는, 이순신이라는 CEO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청렴’과 ‘원칙’이었다. 상관의 부당한 인사 청탁과 뇌물을 단칼에 거절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왕명조차 거부했던 그의 강직함은, 조직 내부의 신뢰를 쌓고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김 전 총장은 “충무공의 원칙 중심 경영이야말로, 오늘날 공직자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윤리의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유도리’보다 ‘책임감’

한 수강생이 “너무 강직해서 불이익을 자초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전 총장은 “그의 강직함은, ‘유도리’보다 병사의 생명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의 답변은, ‘공직자의 자리’가 결코 사사로운 이익이나 인간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CEO 이순신’의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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