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의 약속, 50인의 ‘시민 배심원’ 손에 운명이 맡겨졌다

2025-11-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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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없는 약속’ 아닌, ‘함께 바꾸는 약속’으로…광주, 공약 조정도 시민과 함께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선거 때 약속했던 장밋빛 청사진이, 과연 지금의 팍팍한 살림살이에 맞는 옷인지, 50인의 평범한 광주 시민들이 직접 ‘공약의 운명’을 결정한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7일 일가정양립지원본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시민배심원단 회의'에 참석해 시민배심원단에 위촉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7일 일가정양립지원본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시민배심원단 회의'에 참석해 시민배심원단에 위촉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광주광역시는 27일, 민선 8기 공약의 타당성을 시민의 눈으로 직접 검증하고 조정하는 ‘시민배심원단’을 공식 출범시키며, 약속을 지키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시장 스스로 ‘심판대’에…“약속, 함께 점검합시다”

이번 시민배심원단의 출범은, 행정 환경과 재정 여건의 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정이 필요한 공약들을, 시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강기정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방치하거나 슬그머니 폐기하는 대신, 그 과정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대안을 찾음으로써, 행정의 신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새로운 ‘책임 정치’의 선언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7일 일가정양립지원본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시민배심원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7일 일가정양립지원본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시민배심원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내 편’은 없다…가장 공정한 ‘50인의 눈’

배심원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는 까다로웠다. 광주시는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국내 최고 권위의 공약 평가기관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모든 과정을 위임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ARS 무작위 추첨과 전화 면접을 통해, 성별·연령·거주지를 안배한 가장 보통의 시민 50명을 ‘광주의 눈’으로 선발했다. 이들의 손에, 이제 시정의 미래가 걸린 공약들의 운명이 맡겨진 셈이다.

◆3번의 열띤 토론, ‘최종 판결’ 내린다

시민배심원단은 앞으로 총 세 차례의 숙의 과정을 거친다. 1차 회의에서 위촉장과 함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은, 오는 12월 9일 2차 회의에서 시청 각 부서로부터 공약을 조정해야만 하는 이유를 직접 듣고, 분임 토의를 통해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12월 16일, 마지막 3차 회의에서 전체 투표를 통해 공약 조정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시민의 판결, 곧 ‘광주의 정책’이 된다

강기정 시장은 “시민과 함께 공약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은, 시정의 주인이 시장이 아닌 시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심원단의 소중한 의견을 시정에 충실히 반영해, 시민과의 약속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의 손으로 직접 시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광주의 이번 실험이, 불신으로 가득 찬 우리 정치에 ‘신뢰’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50인 배심원단의 어깨에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함께 걸렸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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