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속의 보물’ 단쇄지방산(SCFA),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다
2025-11-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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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는 ‘씨앗’, SCFA는 ‘열매’…장 건강 패러다임이 바뀐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건강 시장의 전부였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 그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궁극의 결과물’, 즉 ‘단쇄지방산(SCFA)’이 염증성 장질환(IBD)과 대장암 등 난치병 치료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26일, 포스트바이오틱스 전문기업 엔피케이(NPK)가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은, 이 작은 물질 ‘SCFA’가 어떻게 우리의 장을 넘어 뇌와 면역, 피부까지 조절하는 ‘만능 열쇠’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들로 가득 찼다.
◆“IBD 치료, 이제 ‘부티르산’에 주목하라”
첫 연사로 나선 포르투갈의 석학 페르난도 마그로 교수는, SCFA의 한 종류인 ‘부티르산(butyrate)’이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의 핵심 물질임을 선언했다. 그는 부티르산이 손상된 장 점막을 재생시키고, 염증을 억제하며, 무너진 장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트리플 액션’을 통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현대인의 장 건강을 위협하는 ‘초가공식품’이 바로 이 부티르산의 생성을 막는 주범이라는 최신 연구 결과는 참석자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다.
◆대장암 막는 ‘파수꾼’…바이오마커로도 활용
이어 등단한 동국의대 임윤정 교수는, SCFA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구체적인 임상 근거들을 제시했다. 부티르산이 암세포의 증식은 막고, 정상 세포의 재생은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나아가, 임 교수는 혈액이나 대변 속 SCFA 농도를 분석해, 대장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하는 ‘바이오마커’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예방 의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국 기술로 탄생한 ‘SCFA455’, 세계 시장 정조준
이날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는, 엔피케이 한성정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한국형 SCFA, ‘SCFA455’의 개발 성공기였다. 엔피케이는 독자적인 천연 발효 기술을 통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SCFA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강력한 장벽 보호 및 항염 효과를 확인했으며, 곧 기능성 인증과 인체 적용 시험을 거쳐 글로벌 상용화에 나선다는 야심찬 로드맵도 공개했다.
◆“씨앗 아닌 열매의 시대…신약 개발까지 도전”
김상준 엔피케이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은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었다면, SCFA는 마침내 잘 익은 ‘열매’를 직접 섭취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SCFA가 포스트바이오틱스 산업의 기술 표준을 재정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단순한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난치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까지 도전할 것”이라며, 오는 12월 착공하는 정읍 생산 공장이 그 위대한 도전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류의 오랜 숙제였던 장 질환 정복의 꿈. 이제 그 해답의 실마리가, 우리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