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까 걱정했는데…청정 계곡에 멸종위기종 2000마리가 풀린 사연

2025-11-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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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계곡에 열목어 치어 2000마리 방류

경북 봉화 백천계곡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 치어가 방류됐다.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열목어의 자원 회복을 위해 인공 종자로 생산한 치어 2000마리를 봉화군 백천계곡에 방류했다. / 경북도 제공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열목어의 자원 회복을 위해 인공 종자로 생산한 치어 2000마리를 봉화군 백천계곡에 방류했다. / 경북도 제공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는 열목어 자원 회복을 위해 인공으로 생산한 치어 2000마리를 이날 봉화군 백천계곡에 방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계곡으로 돌아간 어린 열목어는 길이 10cm 안팎의 건강한 개체들이다. 백천계곡에서 채집한 수정란과 치어를 어미로 키운 뒤 그 어미에서 다시 태어난 개체를 인공 생산해 방류했다. 서식지에서 얻은 유전 자원을 다시 서식지 복원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자연 회복 효과를 높이려는 취지다.

센터는 지난 5월 약 3만 개의 알을 부화시키고 사육을 이어가 현재 4500마리 수준의 치어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우선 자연에 풀어 놓고 나머지는 종 보존과 추가 생산을 위한 기초 개체로 관리할 계획이다. 방류와 사육을 병행해 개체군을 안정적으로 늘려 가겠다는 구상이다.

열목어는 연어과 냉수성 어종으로 맑고 차가운 계곡 최상류에서만 살아가는 까다로운 물고기다. 물이 조금만 따뜻해지거나 바닥이 흙탕물로 덮여도 버티지 못해 예부터 ‘청정지역 지표종’으로 불려 왔다.

국내에서는 낙동강 상류와 한강 상류 일부 등 물이 차고 흐름이 빠른 산간 계류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며 특히 봉화 백천계곡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돼 보호받는 곳이다. 학계 조사에서도 백천계곡 일대가 열목어의 대표적인 자연 서식지로 확인돼 왔다.

갓 부화한 열목어 치어 /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 제공
갓 부화한 열목어 치어 /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 제공

다만 보호구역 지정 이후에도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복원 필요성이 커졌다. 센터는 2021년부터 열목어 자원 회복 연구를 시작했고 인공 종자 생산 체계를 구축해 올해 처음 치어 방류까지 이어졌다. 장기간의 현장 채집과 사육 기술이 결합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상원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열목어가 경북의 청정 자연을 상징하는 대표 생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방류를 통해 백천계곡 열목어 서식지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앞으로도 치어 생산과 방류를 이어 가며 계곡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생태 관광 자원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열목어 / 경북도 제공
열목어 / 경북도 제공

◈ 떼로 풀릴수록 이유가 있다…전국 ‘방류 러시’가 멈추지 않는 이유

하천과 바다에서 다슬기부터 토종 물고기, 멸종위기종까지 ‘수만·수십만 마리 방류’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숫자만 보면 “요즘 왜 이렇게 많이 풀지?” 싶은데, 그 뒤에는 지금 자연이 겪는 변화와 이를 되돌리려는 관리 전략이 촘촘히 깔려 있다.

방류의 가장 큰 의의는 줄어든 자원을 다시 키우는 ‘복원’이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흔들리고 가뭄·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산란장과 서식지가 망가진 곳이 늘었다. 하천 정비나 개발로 물길이 끊기고 바닥 구조가 바뀐 지역도 많다. 여기에 외래어종 확산, 생활·농업 오염 같은 요인이 겹치면서 토종 어종이 자연 번식만으로는 개체군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지자체나 연구기관이 인공 증식으로 치어를 키워 서식지로 되돌려 놓는 방식으로 ‘생태계의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방류는 개체 수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하천의 균형을 복구하는 역할도 한다. 물고기나 다슬기 같은 종은 먹이사슬의 한 축이고, 어떤 종은 바닥 유기물이나 부착조류를 먹어 수질과 하천 바닥 환경을 정화한다. 이런 종이 줄면 먹이사슬이 헐거워지고 외래종이 더 쉽게 퍼지며 하천 전체가 탁해진다. 결국 방류는 ‘한 종을 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강과 계곡이 원래 갖고 있던 생태 구조를 다시 세우는 과정에 가깝다.

멸종위기종 방류는 더 절박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열목어처럼 맑고 차가운 계곡 최상류에 사는 냉수성 어종은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서식지가 보호구역이라도 수온 상승이나 유량 변동은 피하기 어렵고, 개체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자연 번식 자체가 끊길 위험이 커진다. 인공 증식과 지속 방류는 멸종 문턱에서 종을 되돌려 놓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의미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현장에서는 방류가 지역 생태관광과도 맞물린다. 특정 어종이 회복되면 그 지역 하천의 생물다양성이 살아나고, 자연 관찰이나 낚시, 생태 축제 같은 관광 자원으로 이어진다. 환경 회복이 곧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그래서 지자체는 방류와 함께 서식지 정비, 외래종 관리, 수질 개선 같은 후속 작업을 묶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방류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워진 조건’에 맞춘 현실적인 처방이다. 다슬기든 토종 물고기든 멸종위기종이든 계속 방류가 진행되는 건 강과 바다의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꾸준한 복원 작업이라는 뜻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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