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태어난 '가난의 상징' 이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에서 열광한다는 '한국 음식'

2025-11-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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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음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전쟁의 잔재에서 태어난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부대찌개 자료사진 / Light Independent-shutterstock.com
부대찌개 자료사진 / Light Independent-shutterstock.com

한때는 궁핍의 상징으로 불리던 부대찌개(Korean Army Stew)가 이제는 ‘K-음식’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대찌개의 시작은 한국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과 한국인의 손에 익은 김치, 고추장, 마늘, 고춧가루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찌개가 만들어졌다. 특히 경기도 의정부, 송탄, 평택 등 미군 기지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돼 전파되며 발전했다. 그중 의정부는 대표적인 부대찌개 명소로 자리잡았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대찌개는 태생부터 퓨전이다. 서양식 육가공품과 한국 전통 양념이 만나 독특한 맛을 낸다. 고소한 스팸과 소시지, 칼칼한 김치국물, 쫄깃한 라면사리, 때때로 들어가는 치즈와 마카로니까지 이질적인 재료들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예상 밖의 조화를 만든다. 이처럼 강한 맛의 대비와 다양한 식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부대찌개 자료사진 / Light Win
부대찌개 자료사진 / Light Win

해외에서 부대찌개가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도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대찌개가 자주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실제로 맛본 뒤 재구매나 재조리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내 편의점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상품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CU가 운영하는 외국인 관광객 특화 매장 ‘라면 라이브러리’에서는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제품은 한때 국내 소비자 반응이 저조해 매장에서 사라졌으나, 외국인의 수요가 늘면서 다시 입점됐다.

해외 식품 브랜드도 부대찌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닛신은 2019년 싱가포르에 ‘Korean Army Stew’ 컵라면을 출시했고, 국내 대형마트들도 외국인 입맛에 맞춘 ‘부대짜글면’, 볶음 스타일의 부대라면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한국 부대찌개 맛' 컵라면 / 세븐일레븐
'한국 부대찌개 맛' 컵라면 / 세븐일레븐

또 다른 흥미로운 흐름은 부대찌개와 라면, 스팸 등의 조합이 세계 식품업계 트렌드와도 맞물리며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팸은 부대찌개를 통해 한국에서 일상적 식재료로 자리 잡았고, 명절 선물 세트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팸 제조사인 호멜푸드(Hormel Foods)는 최근 고추장맛, 불고기맛 스팸 등 한국식 퓨전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며 마케팅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대찌개의 진화는 국물 요리를 넘어선다. 최근 의정부에서 열린 부대찌개 축제에서는 재료를 활용한 ‘부대 피자’, ‘부대 타코’, ‘부대 우동’ 등 새로운 메뉴들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태생이 퓨전인 만큼 국경과 장르를 뛰어넘는 확장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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