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그 사람 해외로 도피하는 데 직접 개입' 드러났다
2025-11-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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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주로 내보내자" 직접 지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는 데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29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작성한 공소장에 적혀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했던 당시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이 진행되며 국방부 윗선의 수사외압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던 때였다.
여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지던 시점에 대통령실 내부에서 대사 임명 논의가 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공소장에 담겼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이 본격적인 수사 대상이 될 경우 자신에게까지 책임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해외로 내보내려 한 것으로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의 사의 표명 당일인 2023년 9월 12일 처음으로 대사 파견을 언급했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에게 "야당이 탄핵을 하겠다고 해서 본인이 사표를 쓰고 나간 상황이 됐는데, 적절한 시기에 대사라든지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냐", "공관장을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고 묻고 조 전 실장은 호주대사를 추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적절한 시기에 기회를 주자"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흘 뒤에는 대통령 관저에서 퇴임 장관들과 만찬을 하던 중 이 전 장관에게 "앞으로 대사 또는 특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직접 언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호주대사 임기는 2년 이상 남아있었고 정년 초과 근무도 가능한 자리였기 때문에 교체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지시 이후 인사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두 달 뒤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조 전 안보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재촉하며 이번엔 더욱 구체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기록됐다. 이 시기는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 축소 지침을 전달했다는 정황이 군사법원에서 공개돼 이 전 장관이 사실상 수사 선상에 오른 시점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11월 19일 조 전 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지시했고, 조 전 실장은 곧바로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보내야겠다. 인사 프로세스를 준비하자. 기왕이면 빨리 보내라"고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기조실장은 인사 담당 실무자에게 전화해 윤 전 대통령 의중을 직접 언급하며 "조태용 실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 호주대사 이제 뺄 때가 됐다. 거기 후임은 저기래. 이종섭 국방부 장관. 3월까지 가기에는 대통령한테 좀 얘기가 그런… 그렇다고 하더라고"라고 전했다. 또한 임명을 단독으로 하지 말고 다른 공관장 인사와 묶어 눈에 띄지 않게 진행하라는 지시도 내려진 것으로 적시됐다.
비슷한 지시는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에게도 전달됐다. 조 전 실장은 12월 5일 장 전 차관에게 이듬해 1월까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장 전 차관은 인사 담당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 이번 주 내라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 상신하라", "1월 내에 부임할 수 있도록 진행하라"고 재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외교부 내부에서 당시 호주대사 교체 필요성이 전혀 없었음에도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절차가 강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심사가 진행될 때 이 전 장관에게 외국어 능력 검정점수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고, 심사위원 서명만 받아 '적격' 결론을 내리는 등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 이런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호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도 신속하게 확보됐고, 이 전 장관은 2024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공식 임명됐다.
출국 과정에서도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조력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보고를 받은 뒤 "부임 일정을 2주 연기하라"고 지시했고, 이 전 장관은 법무부 협조를 받아 출국금지 이의신청서 양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성재 전 장관은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개인적인 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나가는 것인데 법무부에서 출국금지를 걸어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 "이종섭 출국금지 풀어주면 되겠네"라고 말하며 해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우정 전 차관도 같은 취지로 "대통령이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나가는 것인데 이걸 출국금지 걸어서 못 나가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라며 해제를 지시했다. 이후 이 전 본부장은 하급 기관에 출국금지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이는 공수처 의견 회신이 오기 전이었다.
이들이 준비한 출국금지 심의위 결정서에는 "출국금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에 비해 신청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므로 이의신청을 ○○함"이라는 사실상 해제를 전제로 한 문구가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심의위가 열리던 2024년 3월 8일 출근길에서 출국금지 해제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행위 또한 심의위원들에게 압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