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걷던 길, 버진로드 됐다"… 청남대서 열린 '아주 특별한' 결혼식
2025-11-29 21:48
add remove print link
20명 하객 '초미니 웨딩'부터 60주년 '회혼례'까지… 가을 단풍 속 이색 예식 줄이어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가 획일적인 예식장 문화를 탈피하려는 커플들과 특별한 기념일을 맞은 가족들에게 '야외 웨딩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충북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최근 청남대 호수광장과 영빈관에서 각각 '스몰 웨딩'과 '회혼례(回婚禮)'가 잇따라 열렸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30대 커플이 대통령들이 이용하던 골프장 1번 페어웨이를 무대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하객은 양가 부모와 형제자매 등 20명 미만이었다. 보여주기식 행사를 지양하고 비용과 허례허식을 과감히 줄인 '진짜 작은 결혼식'을 실천한 셈이다.
이 부부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작은 결혼식의 진정한 의미”라며 “시간의 제약 없이 대청호의 윤슬과 절정의 단풍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2일에는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다는 진귀한 예식이 열렸다. 대통령기념관 영빈관에서 80대 중반인 이현태, 김재님 부부의 결혼 60주년 기념식인 ‘회혼례’가 거행된 것이다.
회혼례는 부부의 장수와 자손의 번창, 가정의 화목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한 경사 중의 경사로 꼽힌다. 1964년 전통 혼례를 올렸던 이 부부는 자녀들의 효심 덕분에 60년 만에 대통령별장에서 현대식으로 다시 한번 웨딩마치를 울렸다.
장남 이석영 씨는 “아버님 뜻에 따라 팔순 잔치 대신 회혼례를 준비하며 수년 전부터 건강 관리를 해오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청남대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야외 웨딩 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만 20여 건의 예식이 진행됐으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