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반성한다는 것인가 아닌가... 한없이 애매모호한 장동혁

2025-11-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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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코앞에 두고서도 우왕좌왕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공식 사과 여부를 두고 극심한 내부 갈등에 빠졌다. 중도층을 확장하려면 계엄에 대한 명확한 반성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개혁파의 주장, 당의 핵심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며 사과는 '내란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강경파의 반발이 충돌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대국민 메시지가 애매모호한 수준에 머물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은 계엄 사태 1년을 사흘 앞둔 30일 현재까지도 당의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며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다. 중도층의 표심을 얻으려면 과거와의 단절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의 핵심 지지층은 계엄에 대한 사과가 오히려 정당성을 훼손하고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장 대표부터가 당내 엇갈린 목소리를 섣부르게 봉합하려다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내놓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 대표는 최근 당의 전국 순회 집회에서 계엄 사태에 대해 발언하면서 지난 28일에는 "책임 통감", 전날에는 "국민의힘이 부족했다"고 각각 언급했다.

이는 기존보다는 진일보한 태도로 보이지만, 장 대표는 동시에 당의 강경파와 지지층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동시에 내놨다. 그는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 "우리가 갈라지고 흩어져서, 계엄도 탄핵도 막지 못했고 이재명 정권의 탄생도 막지 못했다"는 말을 같이 내놨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더 분명한 사과 메시지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호남 출신의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날 장 대표가 참석한 당 국민대회 행사에서 '불법 계엄 방치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고, 이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 국민이 국민의힘에 신뢰를 안 주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개혁 성향 의원들의 비판 수위는 지도부를 향해 날카롭게 향하고 있다. 서울이 지역구인 배현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배 의원은 "진정 끊어야 할 윤석열 시대와는 절연하지 못하고 윤어게인, 신천지 비위나 맞추는 정당이 돼서는 절대로 절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눈길조차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을 "천박한 김건희의 남편"으로 언급하며 "왕이 되고 싶어 감히 어좌에 올라앉았던 천박한 김건희와 그 김건희 보호하느라 국민도 정권도 안중에 없었던 한 남편(윤 전 대통령)의 처참한 계엄 역사와 우리는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를 앞둔 우리의 첫째 과제는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지도부가 사과 입장을 내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사과하겠다며 사실상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에서 사과와 성찰 메시지가 나가면 좋겠고 그게 안 되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계엄 1주년을 앞두고 사과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꽤 많은 의원이 뭐라도 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성명 참여 의원 규모에 대해 "최소한 원내 교섭단체 수준으로 20명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고, 성명에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내용이 담기냐는 질문에는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단언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총체적인 과오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 있어야 하고, 12·3 계엄에 대한 규정을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며 "만에 하나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져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계엄 사과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당내에선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이미 탄핵 사태 직후 비상대책위가 출범하면서 계엄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는데, 현시점에 다시 사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공격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대체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어쨌든 6시간 계엄이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은 1년 내내 내란 몰이를 하고 있지 않으냐"며 "우리는 내란 몰이에 절대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강경론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특검이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영장 청구 자체가 제1야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는 인식이 당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 영장실질심사는 다음 달 2일 열린다.

장 대표는 대체적으로 강경파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 25일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인 아스팔트 극우에 대해 "이곳(광장)에 나와 대한민국과 자녀를 위해 소리치는 것을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내부 단결을 강조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진통 끝에 계엄 사태 1년에 맞춰 공식적인 대국민 메시지를 낼지, 낸다면 그 수위가 사과와 절연을 요구하는 개혁파와 민주당 공세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중도층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당원 결집'을 통해 핵심 지지층을 다잡을 것인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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