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근황
2025-12-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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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과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에 관해 고소 진행"
배우 김규리가 블랙리스트 소송 승소 이후 쏟아진 악성 댓글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선다.
김규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악성 댓글과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규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피고 이명박(전 대통령), 원세훈(전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에 관한 손해배상 단체소송에서 2심까지 모두 승소했고, 그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되려 '발목을 자른다' '평화롭게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등 공개적으로 협박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승소 소식을 전하는 여러 신문사들은 제 기사를 연예, 엔터 면이 아닌 사회/생활 면으로 배치를 해서 댓글창을 열어 의도적으로 악플을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김규리는 2008년 5월 1일 미니홈피에 국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글을 썼고, 그 글은 정말 많은 시민에게 호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 연기자협회 선배가 집 앞까지 찾아와 글을 내리라고 종용했고, 당시 촬영 중이던 영화 '미인도'를 거론하며 "글을 내리지 않으면 위에서 가만두지 않는다고 한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규리는 "당시 저는 글을 내릴 생각은 없었으나 찍고 있던 영화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 글을 비공개로 돌렸고,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미인도'는 무사히 개봉했으나 그 다음 해인 2009년 8월 계약하기로 했던 드라마의 감독이 직접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며 계약을 파기했다. 두 시간 뒤 수입업체(에이미엑스)에서 'PD수첩'의 PD들과 김규리에게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 날은 드라마 계약에 서명하는 날이었다.
김규리는 "이상하리 만큼 언론들은 철저하게 정부 입장이었고 없는 말을 만들어서 저를 왜곡했다. 그리고 그 수입업체 역시 저와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게 그때는 참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김규리에 따르면 수입업체와의 소송에서 김규리에 대한 청구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기각됐고, 'PD수첩'의 PD들은 승소했지만 승소했다는 기사는 조용히 묻혔다. 김규리는 "제 이미지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더불어 상상치도 못할 험한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했고, 훗날 그것이 블랙리스트의 시작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제가 이토록 확신하며 말할 수 있는 건 2017년 블랙리스트 문건이 발견된 뒤 제가 검찰에 피해 진술을 하러 들어갔을 때 제 변호사님과 제가 직접 제 문건을 읽어봤기 때문이다. 그 문건은 촬영할 수 없기에 눈으로 읽고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규리는 "그동안 수집해 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에 대한 악성 댓글과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에 관해 고소를 진행한다. 앞으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규리는 '법무법인(유한) 동인 엔터팀'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앞으로의 모든 법적 절차와 소통은 대리인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김규리는 "저를 늘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법률 '팀'을 선임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셨던 164명의 후원자 분들께도 온 마음 다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후원만 하다가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죄송스럽고 감사하고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호한 대처를 하며 여러분과 이렇게 계속해서 건강한 소통을 이어가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온 마음 다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고법이 "국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내린 결정에 대해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원 전 국정원장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 인사들을 배제하고 압박을 가한 바 있다. 2008년 5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한 김규리의 이름이 해당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김규리는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