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서 사라졌다…무려 50억 투입해 되살린다는 ‘이 수산물’ 정체
2025-1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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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의 숨겨진 보물, 오분자기 부활 예고
사라져가는 해양자원, 50억 원의 부활 프로젝트
제주 바다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오분자기(일명 오분재기)를 되살리기 위한 대규모 복원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한때 ‘서민 전복’이라 불리며 제주 밥상과 관광객 식탁을 풍성하게 했던 수산물이지만, 지난 20여 년간 급격한 자원 고갈로 사실상 절멸 단계에 놓이면서 행정과 어업인의 위기감이 동시에 고조돼 왔다.

제주도는 지난달 30일 해양수산부가 개최한 2025년도 제2차 수산자원 조성 평가위원회에서 ‘제주도 오분자기 산란·서식장 조성 사업’이 신규 사업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총 50억 원이 투입되며, 제주시 한림읍 비양리·금능리·협재리 3개 구역과 구좌읍 한동리 등 총 4개 마을어장에 종자 방류와 서식환경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오분자기는 외형이 전복과 비슷해 ‘새끼 전복’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이다. 가장 명확한 차이는 출수구(호흡구멍) 개수다. 오분자기는 7~8개, 전복은 4~5개로 구분된다. 껍데기는 녹갈색의 자연광을 띠고 안쪽은 진주광택이 도는 것이 특징이며, 작지만 영양가가 풍부하고 식감이 뛰어나 제주 주민은 오래전부터 보양식으로 애용해왔다.
그러나 자원량 감소는 급격했다. 1995년 159t이던 채취량은 2000년 35t, 2010년 27t으로 줄었고, 2011년부터는 연간 3t 내외로 떨어졌다. 제주도는 이 같은 변화가 해녀 중심의 전통 연안어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분자기는 얕은 연안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해녀 채취 품목 중 비중이 높았지만, 자원 고갈이 심화되면서 경제성뿐 아니라 제주 연안 생태계의 균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복원 사업은 단순히 오분자기 종자를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아니다. 도는 종자 방류와 함께 먹이 자원 확충, 산란 시설물 설치, 서식 블록 조성 등 생태적 기반을 복합적으로 마련해 ‘살아남을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사업 종료 후에는 대상 해역을 수산자원관리수면으로 지정하고,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율관리공동체를 구성해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오분자기는 고수온 내성이 뛰어나고 얕은 수심에서도 잘 적응하는 종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도 대응력이 높다”며 “제주 특화 고부가가치 수산자원으로 육성해 어촌 경제 회복과 해녀 어업 지속성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원 사업 규모도 성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분자기는 제주도에서는 ‘오분재기’로도 불린다. 크기는 전복보다 작지만, 철분·칼슘·비타민 B군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해 예로부터 피로 회복과 영양 보충에 좋은 해산물로 알려져 있다.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담백하여 뚝배기·죽·돌솥밥·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특히 오분자기 해물뚝배기는 제주 해녀들이 즐겨 먹던 서민 음식으로, 관광객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제주도는 이번 복원 사업으로 오분자기의 개체군이 안정화되면, 2030년 이후 제주 연안에서 일정 수준의 자연 채취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수산물 공급 회복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적응 가능한 연안 수산자원 모델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편 제주도는 오분자기의 소비 인식 회복을 위한 정보 제공에도 나서고 있다. 신선한 오분자기는 껍질이 매끈하고 살이 탄력 있으며, 내장이 터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손질은 소금을 뿌려 솔로 껍질을 닦아낸 뒤 내장과 살을 분리하는 방식이며, 1~5℃에서 2일간 보관이 가능하다. 장기 보관 시에는 손질 후 냉동 보관을 권장한다.
한때 제주 밥상의 보물이었던 오분자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50억 원 규모의 복원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제주 바다의 사라진 자원을 되살리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도가 ‘작은 전복’이라 불리던 이 수산물을 다시 해녀들의 망사리 안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