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원 105명에게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해?" 물었더니 응답자 52.4%가...
2025-12-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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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발표

국민의힘 의원 과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4~30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수가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1일 보도했다. 장동혁 대표와 구속된 권성동 의원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주일간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진행된 조사에는 105명 중 82명이 참여했다. 비상계엄 1주년이자 장 대표 취임 100일인 오는 3일 당 지도부가 사과 메시지를 내는 데 찬성한 의원은 총 43명(52.4%)으로 응답자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답변 거부 19명(23.2%), 반대 14명(17.1%), 보류 6명(7.3%) 순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계엄 사과 요구는 초·재선 의원 32명을 중심으로 나왔다. 3선 이상 중진도 11명이었다. 이들은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한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지난 1년간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에 "계엄 사태를 초래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100번, 200번 사과해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계엄으로 인해 정권을 내준 만큼, 국민을 향한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과를 당 쇄신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 3선 의원은 "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사과와 반성을 출발점으로 삼자는 의미"라고 했다. 재선인 권영진 의원도 "사과를 바탕으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률가 출신 의원은 "12월 3일이란 민주당이 짜 놓은 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건 회의적"이라며 "내란 몰이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사과를 하라는 건 당을 갈라치게 하고 분열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위헌 정당 심판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차례 사과를 한 만큼 당 쇄신과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한동훈, 김용태, 권영세, 송언석 등 당 지도부가 이미 사과를 수차례 했다"며 "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내란특검이 추경호 의원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오는 2일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만큼 사과 메시지를 보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추 의원에 대한 영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엄 사과 등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당내 갈등이나 지도부와의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찬성 31명과 반대 26명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찬성 의견을 낸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외연확장을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 확실한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며 "다시는 입당이 안 된다는 등의 언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매체에 "우리 당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절연 메시지는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탈당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굳이 언급하는 건 긁어 부스럼"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데 반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 인사는 "꼬리 자르듯 한 절연은 선언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이 새로 거듭나서 국민께 좋은 평가를 받아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취임 100일이자 계엄 1년인 오는 3일을 앞두고 최종 메시지를 가다듬고 있다.
장 대표는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계엄 사과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연일 지방을 순회하며 여당의 공세에 맞선 내부 단결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여당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인 아스팔트 극우에 대해서도 "이곳(광장)에 나와 대한민국과 자녀를 위해 소리치는 것을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당내 이견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엄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장 대표는 대구에서 연 집회에선 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면서 귀책 사유는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날 강원 춘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우리 국민의힘, 그동안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정권, 두 번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을 내줬다"고 말했다. 다만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절연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도 계엄 사과 등을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중앙일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