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아들 스크랩북 35권…국민타자 이승엽 만든 부친 이춘광씨 별세
2025-12-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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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대구시민전문장례식장 마련

'국민 타자'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의 부친 이춘광 씨가 별세했다. 향년 83세.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이승엽의 뒤에는 늘 묵묵히 아들을 지탱해 온 아버지가 있었다.
이승엽 전 감독은 부친의 임종을 지킨 2일 연합뉴스에 "아버지가 7∼8년 동안 투병하셨고, 올해 병세가 악화했다"며 "오늘 오전에 눈을 감으셨다. 고생 많이 하셨는데, 하늘에서는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춘광 씨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아들의 야구 인생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기록한 '조용한 조력자'였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손수 만들어 온 스크랩북에는 첫 홈런, 전국 대회 출전, 프로 무대에서의 기록과 기사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었다.
25년 넘게 매 경기 자료를 모아 만든 스크랩북은 총 35권. 단순한 기록의 집합을 넘어, 아들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품은 ‘사적 야구 연대기’로 불릴 만한 수준이었다. 이승엽이 중·고교와 프로에서 정상의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그 뒤에는 변함없이 응원과 기록으로 곁을 지킨 아버지가 있었다.
이춘광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모두가 선수 이승엽을 칭찬했다. 그럴수록 붙잡아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아들에게 '박수받을수록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을 수백 번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자만을 경계하고 절제된 태도를 강조하는 그의 가르침은 이승엽이 선수 생활 내내 지켜 온 원칙이 되기도 했다.
이승엽 전 감독은 선수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그는 KBO리그에서 1906경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을 올렸다.
은퇴 시점에서는 통산 홈런 1위(현재는 최정이 1위)였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지바 롯데 머린스, 요미우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며 일본 프로야구에서 거둔 성적은 797경기, 타율 0.257, 159홈런, 439타점이다.
빈소는 대구시민전문장례식장 VIP 3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6시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