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둬야 하나…26.5% 폭등했다, 사과보다 더 오른 ‘국민 과일’ 정체
2025-12-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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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이 부른 물가 폭탄, 과연 어디까지?
귤값 급등, 그 이면의 놀라운 건강 비밀
환율 급등 여파가 소비자물가 곳곳에 반영되면서 생활물가 부담이 연말로 갈수록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외식 물가가 동시에 뛰며 소비자 체감물가는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지난달 2.4%에 이어 두 달 연속 2% 중반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 구간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물가 흐름을 보면 1~4월 2% 초반대를 유지하다 8월에는 1.7%까지 내려갔지만, 10월부터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다. 국제 유가 불안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나 뛰었다. 농산물(5.4%), 축산물(5.3%), 수산물(6.8%) 모두 5% 이상 올라 전반적 가격 압력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쌀(18.6%), 사과(21.0%), 고등어(13.2%), 달걀(7.3%) 등이 오름세를 기록했으며,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품목은 귤(26.5%)이었다. 사과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요 과일 중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공업제품 역시 2.3% 상승했다. 빵(6.5%)과 커피(15.4%)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공식품 전체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고환율 영향이 가장 강하게 반영된 석유류는 5.9%나 올라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경유(10.4%)와 휘발유(5.3%)는 국제 가격 변동과 환율의 압력을 동시에 받으며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
서비스 물가는 2.3% 상승했다. 집세(0.9%)·공공서비스(1.4%)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개인서비스는 3.0% 상승해 체감 부담을 높였다. 외식(2.8%)과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3.1%) 모두 강한 상승세가 이어졌는데, 보험서비스료(16.3%)와 생선회(외식·4.4%), 커피(외식·4.4%) 등의 인상 폭이 컸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외식 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3.0%)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신선식품지수는 4.1% 상승했는데, 신선어개(7.4%)와 신선과실(11.5%)이 큰 폭으로 올랐고, 신선채소는 -4.7%로 하락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심의관은 “환율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품목은 석유류이며, 수입 축산물과 수입 과일에서도 환율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외식비도 원재료 비용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의 가격 급등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고 있다. 귤은 매년 겨울이면 생산량과 소비량이 모두 크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국민 과일’로, 수요가 꾸준한 품목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상 여건과 운송비,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과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지금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귤은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 겨울철 건강식품으로서의 효능도 주목받고 있다. 귤에 들어 있는 플라보놀 배당체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귤의 특유의 주황색을 만드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피부와 점막 보호, 눈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철 실내 건조와 큰 일교차로 피부·점막이 약해지는 시기에 귤이 유독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귤이 한국에서 ‘국민 과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문화적 요인도 크다. 어린 시절 난로 위에 올려놓던 귤, 방바닥에 둘러앉아 까먹던 겨울밤 풍경처럼 귤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 계절의 상징이다. 연말과 명절 선물세트, 겨울 제철 간식 등 일상 곳곳에서 자리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매우 친근한 식품이다. 또한 기름진 음식이 많아지는 겨울철 식습관 속에서 귤 특유의 산뜻한 산미가 입맛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부담 없이 여러 개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꾸준한 소비를 뒷받침한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귤의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상 요인과 유통 경로에 따라 가격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겨울철 대표 과일의 위상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소비자들은 제철을 맞은 귤을 찾으며, 상승한 가격 속에서도 귤이 주는 계절적 상징성과 건강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가격을 지켜보면서도 ‘그래도 겨울엔 귤’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