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버린 부모는 연금도 없다…'패륜방지' 연금법 내년 시행
2025-12-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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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유족급여 전면 제한…2026년 1월 시행
자녀를 버리고 연락조차 끊은 부모가 뒤늦게 나타나 유족연금을 요구하는 일은 내년부터 국민연금 제도에서 원천 차단된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가 자녀 사망 이후 유족연금 등 국민연금 유족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속권을 잃을 만큼 양육 책임을 저버린 부모에게는 공적 급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법으로 명확해졌다.
◈ ‘상속권 상실’ 판결 받으면 연금도 못 받는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반복돼 온 불합리한 사례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마련됐다. 장기간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 뒤 법적 부모라는 이유로 유산과 보험금은 물론 유족연금까지 챙겨가는 일이 잇따르며 사회적 공분이 커졌고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를 촉발한 배경이기도 했다.
구하라법은 양육을 포기하거나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 뒤 상속에 끼어드는 일을 막기 위해 상속권 상실 제도를 도입한 민법 개정안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권리도 없다”는 원칙을 세운 법이다. 국민연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라 법원에서 상속권 상실 판결이 확정된 부모는 국민연금 유족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정법원이 자녀 유기나 학대 등 부양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해 상속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국민연금공단도 이를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게 된다.
자녀를 실제로 키우지 않았거나 책임을 방기한 부모가 단순히 혈연 관계만으로 공적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장치를 걸어둔 구조다.

◈ 유족연금뿐 아니라 사망 관련 급여 전부 박탈
박탈 범위도 넓다. 매달 지급되는 유족연금에 그치지 않고 사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연금법상 급여 전체가 제한된다.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장제비 성격의 사망일시금 사망 당시 미처 받지 못한 미지급급여까지 모두 포함된다. 자녀 사망이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 길 자체를 제도 안에서 닫겠다는 의미다.
개정안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 1일이다. 상속권 상실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 시행 일정에 맞춰 적용되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민사 절차를 거쳐 상속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국민연금 유족급여를 청구하는 일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국민연금 제도가 사회 상식과 법 감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는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낳았다는 사실만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관행을 끊고 실질적 책임과 의무를 다한 사람만 보호한다는 원칙을 공적 연금에 분명히 새긴 변화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