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48%가 '부업' 전선에... 배달보다 인기 많은 1위는?
2025-12-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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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외 부업하는 직장인들, 왜 쉴 틈이 없을까?
사무실의 불이 꺼지면 또 다른 출근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직장인의 미덕이 한 우물을 파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개의 우물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능력이자 생존 전략이 된 시대다. 바야흐로 '대부업(大副業) 시대'다. 단순히 용돈벌이 수준을 넘어 제2의 자아를 찾아 나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긱워커 플랫폼 뉴워커가 최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성인 남녀 728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직장인의 48.4%가 본업 외에 부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누가 이렇게 열심히 살지 들여다보니 결과가 꽤 의미심장하다. 사회의 허리이자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30대가 57.0%로 가장 높았고, 갓 사회에 나온 20대가 55.2%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결혼, 주거 마련 등으로 자금 수요가 가장 절실한 세대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휴식을 반납하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이유는 예상대로다. 열에 여덟(82.5%)은 추가 수입을 꼽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에 통장 잔액을 지키기 위한 행위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들이 부업을 고르는 기준이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느냐는 질문에 과반수인 55.3%가 '시간'을 꼽았다. 돈(25.8%)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얼마나 버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일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내가 원할 때 치고 빠질 수 있는 유연함을 원한다.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가장 많이 하는 부업 1위는 배달이 아닌 '행사 및 이벤트 진행요원(37.2%)'이었다. 단기간 집중해서 일하고 깔끔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디자인이나 번역 같은 재능 마켓형 부업이 뒤를 이었고, 소위 쿠팡 알바로 불리는 당일 급구 아르바이트도 인기였다.

부업의 세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벌어들이는 수익을 보면 냉정한 현실이 보인다. 절반에 가까운 48.6%가 본업 수익의 10% 미만을 번다고 답했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부업으로 손에 쥐는 돈은 30만 원 남짓이다. 카드값을 메우거나 소소한 비상금을 마련하는 수준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이 10%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작지 않다.
반대로 부업하지 않는 이들의 속사정도 들어봤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54.3%가 '정보가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의지는 충만하지만, 진입 장벽 앞에서 망설이는 잠재적 N잡러가 시장에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개인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