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고장났는데 '이런 행동' 했다면, 집주인에게 수리 요청 못합니다
2025-12-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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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고장, 집주인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까?
세입자가 수리비를 내야 하는 경우
보일러가 고장 나면 집주인이 고쳐야 하는지,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추운 겨울 난방이 멈췄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하면 일상 불편은 물론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 현행 법률은 이런 상황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다. 핵심은 보일러가 주거의 기본 설비라는 점이며, 이를 근거로 유지·보수 책임은 원칙적으로는 집주인에게 돌아간다.
현행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의 의무를 규정하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계약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물에는 집 자체뿐 아니라 거주에 필수적인 설비가 포함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난방과 온수 공급을 담당하는 보일러는 대표적인 기본 설비로 분류돼 자연스럽게 집주인의 유지 책임 범위에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실제 분쟁 사례에서도 보일러 고장의 책임은 대부분 집주인 쪽으로 돌아간다.

보일러가 고장 나는 이유의 상당수는 노후와 부품 수명 문제로, 세입자의 잘못과 관계없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보일러는 열효율이 떨어지고 부품 마모가 빠르게 진행되며, 계절 변화에 따라 고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임차인의 과실이 없는 만큼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용한 탓에 생긴 고장은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 입주 당시 이미 잠복해 있던 하자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654조에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며 생긴 ‘경미한 수선’은 본인이 부담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미한 수선은 전구 교체나 수도배관의 아주 작은 부속품 교체 정도를 의미한다. 보일러는 전문기술이 필요한 설비이자 주거 기능의 핵심이므로 경미한 수선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세입자가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는 과실이 명확할 때뿐이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기기를 임의로 분해하거나 무리한 조작을 통해 부품을 파손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고장 직후 세입자가 먼저 수리 기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난방이 끊긴 상황에서 집주인 연락을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도 원칙은 같다. 세입자가 먼저 수리한 뒤 영수증을 전달하면 집주인이 비용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일러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교체가 필요한 경우라도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한다. 계약서에 경미한 수선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보일러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과 판례가 이런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난방과 온수는 주거생활의 기본 요소이며, 이를 제공하는 구조물과 설비는 집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임대료를 지급하는 대신 해당 설비를 문제없이 사용할 권리가 있고, 집주인은 그 권리가 보장되도록 유지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보일러 고장이 발생했을 때 먼저 원인을 따지고 과실을 판단하는 일보다, 원칙에 따라 집주인이 빠르게 조치하는 것이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만약 보일러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주인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언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이전에도 이상 소음이나 오류가 있었는지 함께 전달하면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집주인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난방은 계절에 따라 생명·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비인 만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을 알고 있다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