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3명 중 1명 ‘의례적 지원’ 반복...“해도 안 될 것 같아서”
2025-12-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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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3번 지원해도 서류 합격은 2.6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구직은 하지만 기대는 낮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국 4년제 대학 4학년 재학생과 졸업자 2492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인식 조사를 9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5%가 취업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 취업은 준비하지만 기대는 낮아졌다
조사에 따르면 소극적 구직자 가운데서는 실질적인 준비나 뚜렷한 계획 없이 채용 공고를 훑어보고 경험 삼아 지원하는 ‘의례적 구직자’가 32.2%로 가장 많았다. 구직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중도 21.5%였고 잠시 쉬고 있다는 응답은 6.8%로 나타났다. 구직을 한다는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붙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는 심리가 적지 않게 깔린 셈이다.

◈ 소극적 구직의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
왜 이렇게 소극적이 됐는지를 묻자 절반이 넘는 51.8%가 ‘일자리가 부족해서’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이 22%였고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일자리가 적다는 답이 16.2%로 뒤를 이었다.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자리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13.6%나 됐다. 나머지 37.5%는 역량과 기술 지식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장이 좁다는 체감과 준비 부담이 동시에 취준생을 눌러 소극성으로 이어진 구조다.
응답자 10명 중 4명 꼴인 37.1%는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시장이 작년보다 더 어렵다고 느꼈고 좋아졌다는 응답은 5.1%에 그쳤다. 취업 시장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다.
◈ 지원은 늘었는데 합격은 더 멀어졌다
적극적으로 구직 중인 취준생들은 올해 평균 13.4회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 합격은 평균 2.6회에 그쳤다. 지난해 평균 지원 횟수가 6.3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원 자체는 두 배 이상 늘었는데 합격률은 19.4%로 오히려 낮아졌다.

취업 준비 기간을 묻자 응답자의 62.6%는 6개월 이상을 예상했다. 1년을 넘길 것 같다는 비중도 32.5%였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올해 5월 기준 청년 미취업자 중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비중이 55.2%로 3년 전보다 늘었다. 취업이 ‘짧은 통과 과정’이 아니라 ‘길게 버티는 시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 취준생들이 꼽은 해법은 ‘채용 여건 개선’
청년 취업난을 풀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규제 완화 등 기업 고용 여건 개선이 29.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진로지도 강화와 현장실습 지원 확대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가 18.1%였고 AI·빅데이터 등 신산업 직업훈련 기회 확대가 14.9%로 뒤따랐다. 단순히 개인에게 더 준비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시장 자체를 넓히고 연결을 촘촘히 해 달라는 주문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경협은 고환율과 고물가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노동시장 규제 강화가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취준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기대를 접는 흐름은 개인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 환경 전반에 대한 체감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다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