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골칫거리라는데…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다는 '국민 반찬'

2025-12-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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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0만 톤 소비

남미 연안에서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식재료가 한국 식탁에서는 인기 반찬이자 안주로 환영받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바로 '대왕오징어' 이야기다. 무침, 볶음, 구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사랑받는 오징어는 특히 ‘진미채(오징어채)’, ‘오징어무침’, ‘오징어볶음’ 등 한국 가정에서 빠지지 않는 생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남미에선 해양의 골칫거리, 한국에선 식탁의 일상

남미에서는 이 대왕오징어가 사정이 다르다. 길이 1m에 달하고, 무리를 지어 다른 어종을 위협하거나 어망을 찢는 경우도 있어 칠레, 페루 어민들에게는 ‘해양의 불청객’으로 불릴 정도다. 이들은 빠르게 번식하고 움직이는 성질로 인해 자국 해양 생태계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 남획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페루는 한 해 평균 60만 톤 이상의 대왕오징어를 잡고 있으며,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문제의 오징어’는 오히려 한국에선 없어서 못 먹는다. 한국은 연간 약 20만 톤 이상의 오징어를 소비하며, 1인당 오징어 소비량 세계 1위에 근접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연근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페루, 칠레 등 남미산 대왕오징어가 한국 시장을 메우게 됐다.

오징어볶음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오징어볶음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이 과정에서 오징어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들도 함께 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진미채’다. 대왕오징어를 잘게 찢어 부드럽게 가공한 뒤, 고추장 양념이나 마요네즈, 간장 소스 등을 섞어 무쳐 먹는 진미채는 간단한 밑반찬이면서도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해 영양 면에서도 우수하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간식, 직장인들의 도시락 반찬, 캠핑용 안주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오징어채 볶음’이다. 마늘, 간장, 설탕, 참기름 등 기본 재료만으로도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요리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는 레시피로 자리 잡았다. 남은 오징어채는 김밥 속재료, 주먹밥 속, 라면 고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되며, 일상에서 유연하게 소비되고 있다.

한국 식문화와 찰떡궁합, ‘국민 반찬’으로 자리매김

한국인의 입맛에 오징어가 이토록 잘 맞는 이유는 맵고 짭짤한 양념과 잘 어울리는 식감 덕분이다. 쫄깃하고 단단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대왕오징어는 양념이 잘 배어들고 씹는 맛도 뛰어나며, 보관성이 좋아 유통과 가공에도 용이하다. 남미에서는 너무 많아 걱정인 자원이, 한국에선 매일 식탁에 오르는 인기 반찬이 된 셈이다.

이처럼 오징어는 단순한 반찬 재료를 넘어 한식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만능 식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징어볶음이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중심으로 한 매콤한 양념에 오징어, 양파, 당근, 대파 등을 함께 볶아내는 이 메뉴는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만드는 대표적인 ‘밥도둑’ 반찬이다. 국물이 자작한 덮밥 형태로 먹거나, 철판에 불맛을 입혀 내는 스타일도 대중적이다.

오징어 순대 자료사진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오징어 순대 자료사진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간단하면서도 손님상에 내놓기 좋은 메뉴로는 오징어순대도 있다. 오징어 속에 당면, 두부, 김치 등을 넣고 쪄낸 뒤, 초장에 찍어 먹는 이 요리는 지역 향토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건강식·단백질 식단으로도 주목받는다. 탱글한 오징어와 부드러운 속재료의 조합이 조화를 이루며 담백하면서도 풍성한 식감을 전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는 역시 진미채무침이다. 잘게 찢은 건오징어를 고추장, 마늘, 물엿, 참기름으로 양념해 무친 이 반찬은 도시락, 구내식당, 술상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마요네즈를 더해 부드럽게 무치는 변형 레시피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다양한 식문화 콘텐츠에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네컷 만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네컷 만화

남미산 대왕오징어는 일반 오징어에 비해 감칠맛이 약하고, 조직이 질기거나 수분이 많아 식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암모니아 냄새 같은 특유의 비릿한 향이 강하게 날 수 있어, 요리에 쓰려면 손질이 꽤 번거로워 진미채로 쓰이기 가장 적합하다.

최근에는 ‘건강식’, ‘다이어트 식품’으로의 재조명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징어는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해 혈압 조절, 피로 회복 등에 도움을 주는 해산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마요 진미채 샐러드, 단백질 스낵 오징어칩, 건강 간식 등의 형태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남미의 골칫덩이에서 한국인의 ‘국민 반찬’으로 탈바꿈한 대왕오징어는 식문화의 차이와 소비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오징어는 단순한 해산물을 넘어, 한국 식탁 위의 ‘소울푸드’로 그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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