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의원 “광양에 수소환원제철 실증센터 유치해야”~전문가들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인 미래 없다”
2025-12-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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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에 가라앉는 전남 철강산업…생존 해법으로 ‘수소제철·EV소재’ 급부상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전남 동부권 경제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철강산업에 강력한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 침체, 글로벌 보호무역, 탄소중립이라는 ‘삼중고(三重苦)’의 파도에 직면한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해, 전통적인 용광로를 넘어 ‘수소환원제철’과 ‘전기차(EV) 소재’로 산업 생태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0일, 국립순천대학교에서 이개호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전라남도 철강산업의 위기와 대응 방안’ 정책토론회는, 사실상 광양만권 철강산업의 ‘생존 전략회의’나 다름없었다.
#“단순 위기 아닌, 근본적 체질 개선의 시간”
개회사를 통해 포문을 연 이개호 의원은 “전남의 대표 산업이 내수 침체, 글로벌 공급 과잉, 탄소중립 압력이라는 복합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며 “이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체적인 해법으로, 단기적으로는 전기로 중심의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포스코와의 협의를 통해 “광양에 국가적인 ‘수소환원제철 실증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국회 차원의 제도적·예산 지원을 약속해 큰 주목을 받았다.
#“철강 넘어, 전기차 배터리 소재까지 넘봐야”
전문가들의 진단은 더욱 냉철하고 구체적이었다. 홍문희 포항공과대 교수는 “광양만권이 자동차용 고급 강판으로 겨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전기차 전환 흐름에 맞춰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자동차 공급망 전체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 철강’을 육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이라는 단일 품목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클러스터로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현실적 제약도 고려해야”…단계적 접근론 제기
장밋빛 전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손일 연세대 교수는 “수소환원제철은 핵심 기술이지만, 국내 수소 생산 역량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막대한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완전한 수소제철로의 급진적 전환보다는, 대체 환원제를 활용하는 등 현실적인 4R(재사용·감축·대체·재활용) 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단계적 전략이 더 실질적일 수 있다”고 제언해 깊은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친환경 제철 공정 도입 ▲광양만권 산업 구조의 전면 재편이 아니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 지역 산업경제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통합 협력체계 구축만이, 거대한 위기 앞에 선 전남 철강산업을 구할 유일한 해법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