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이번엔 '한글 표기' 두고 정면충돌

2025-12-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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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재개발 두고 다툰 서울시-문체부 갈등 재점화

종묘 앞 재개발을 두고 충돌한 이재명정부와 서울시가 이번엔 '한글 표기'를 두고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헤럴드경제와 채널A 등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권고한 '러너스테이션', '펀스테이션' 등의 정책명 한글 교체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국어기본법과 서울시 국어사용조례를 준수하라고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체부는 지난 4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영어로 쓰인 정책과 공공시설 명칭을 개선할 내년도 계획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시설물 명칭을 한글로 바꾸도록 권고했지만, 서울시가 명칭은 유지하고 표기법만 일부 한글로 바꾸겠다고 답하자 이번에 개선 계획을 요구하는 공문까지 보낸 것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네컷만화.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네컷만화.

서울시는 문체부의 권고 이후 올해 9월, 10월, 지난달 세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한 결과 러너스테이션, 펀스테이션 등의 용어를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러너스테이션과 펀스테이션이 가장 정책을 알리는데 적합한 이름이라고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기존 'RUNNER STATION', 'FUN STATION'을 한글 음차 표기인 '러너스테이션', '펀스테이션'으로 고치고 영문을 병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억지스러운 한글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국어기본법과 서울시 국어사용조례의 예외조항을 들어 러너스테이션과 펀스테이션 사용이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러너와 스테이션이 시민들이 일상에서 쓰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체부는 러너스테이션과 펀스테이션을 한글로 표기한다고 해도 어르신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국어기본법과 서울시 국어사용조례 위반에도 쉬운 공공언어로의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글 표기를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은 종묘 앞 초고층 빌딩 논란 가운데 불거져 주목받고 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145m까지 높인 서울시 재개발계획에 대해 "해괴망측한 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발과 국가유산 보존이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 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게 정부 당국자가 해야 할 얘기 아니겠나"라고 맞받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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