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로스쿨 교수 "조진웅 복귀하려면 그 조건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
2025-12-12 13:51
add remove print link
박경신 교수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년범 출신 의혹으로 은퇴한 배우 조진웅이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으면 복귀해도 된다는 법률가의 주장이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조진웅이 반드시 은퇴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연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조진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대해 "어느 편에 서든지 간에 모든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진웅을 아직도 지지하는 분들은 계속 지지할 수 있고 새로운 사실에 기초해서 비판할 사람은 비판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실을 공개하는 행위, 그리고 서로 공유하는 행위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진웅의 소년범 의혹을 처음 제기한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조진웅을 지지하는 분들은 이 사실을 밝힌 디스패치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보도가 이뤄지자마자 KBS와 SBS가 서둘러 조진웅의 흔적을 지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것에 대해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처벌 사실이나 그 처벌을 받은 이유를 말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죗값을 받았고 수십 년 전 일이라고 해서 전두환, 노태우, 조두순, 강호순의 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수많은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저지른, 심지어 범죄도 되지 않은 일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중요한 건 조진웅을 지지하든 안 하든 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소년 사법 절차의 목적에 대해 "소년의 성장 발달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에는 언론이 이 사법 절차에 대해서 전혀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조진웅은 이미 성인이 됐고, 제가 보기엔 이미 성공적으로 교화가 됐다. 지금 소년 사법 절차의 목표를 조진웅에게 적용할 이유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다만 범죄 피해자들 입장을 고려해서 최종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진웅이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사과하고 다시 용서를 빌어서 연기를 계속하겠다는 허락까지 받아서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갱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비행 청소년 모두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소년범 전력을 숨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금 KBS, SBS가 디스패치 보도 나오자마자 단 하루 만에 프로그램 하차시키고 홈페이지에서 흔적 지우고 있는데 도리어 이런 행위들이 생매장이라면 생매장"이라며 "조진웅을 지지하는 분들은 KBS, SBS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패치의 보도가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소년법 68조를 보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보도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심사가 다 끝난 사건이기 때문에 그건 적용되지 않는다"며 "소년법 70조가 소년 사법 절차에 관계된 기관들이 관련 사실을 조회할 경우 조회에 응하지 않도록 돼 있는데, 이 법을 어기고 정보 유출이 이뤄졌다면 이 부분은 처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관련 당사자들이 자신에 대한 얘기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사 스스로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는 보도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거 범죄 전력이 있는 공인을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이슈라고 본다"며 "한 번 잘못한 사람에 대한 관용, 재기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도 중요하고, 전력이 있는 예술인이나 공인을 소비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소비자나 유권자의 권리에 대한 관용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인데 잊어야 하지 않냐고 (과거 일을 끄집어내는 걸) 비판하는 것은 무관용적인 자세라고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재기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것 역시 무관용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는데 마치 사회가 합의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토론해 어느 한쪽에게 강요하려는 자세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진웅은 6일 학창 시절 강도 등 중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과거 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