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탐방'] 김병기 본부장이 짊어진 도시의 생명선… 부산 상수도 ‘깨끗한 물’의 기본
2025-12-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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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성과 효율의 균형, 상수도 행정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 노후 인프라 전면 개선…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간
- 취수원 다변화가 답이다… 기후위기 속 도시 생존 전략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의 수돗물은 도시 인구 330만 명의 일상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민감한 공공 인프라다. 그러나 ‘기본’이란 말은 언제나 가장 어려운 과제를 품고 있다. 최근 부산 상수도 전반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단순한 운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물 관리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김병기 본부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단순하다. “공익성과 효율의 조화, 노후 시설 개선, 그리고 취수원 다변화.” 하지만 이 세 단어가 던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공익성과 효율 사이, 공공기관이 다시 짚어야 할 균형점
상수도는 수익 사업이 아니다. 부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 서비스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고, 시설은 낡아가며, 기후 위기는 급박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공익성과 효율의 조화’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공공성의 원칙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투명하고 전문적인 경영 시스템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끊어내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상수도는 생명 기반 시설이며, 운영은 민간 기업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말처럼 부산시 상수도본부의 부담은 언제나 ‘시민 안전’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는다.
■ 노후 시설 개선,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
부산의 상수도 시스템은 상당 부분이 준공 후 30~40년이 넘은 시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관로 누수, 정수장 개선 요구, 염소 잔류 문제 등도 대부분 노후 기반시설에서 비롯된다.
김 본부장은 최근 들어 정수장 현대화 사업, 노후 관로 교체, 자동화·스마트 관망 도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니라 ‘부산형 안전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특히 그는 “지금 교체하지 않으면 10년 후 시민 안전과 예산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시설 개선을 ‘선제적 투자’로 보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장이 흔히 선택하기 어려운 선제적 결단형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 취수원 다변화…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 전략
부산의 물은 특정 취수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 불안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취수원 다변화와 대체 수자원 확보를 상수도본부의 핵심 과제로 명확히 못 박았다. 광역 용수 협력, 해수담수화 기술의 현실적 검토, 비상 취수원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가뭄, 산업단지 확장 등 외부 변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나의 취수원에 도시의 생명을 걸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 김병기 본부장이 말하는 ‘부산 상수도의 지속 가능한 미래’
그의 업무 스타일을 아는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회의는 짧고, 방향은 분명하고, 목표는 실질적이다.” 공익성은 지키되, 조직의 경직성은 깨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최근 상수도본부 내 혁신 과제와 조직 효율화 작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김 본부장이 내세운 원칙은 분명하다. ‘시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상수도, 노후 시설을 완전히 교체하는 상수도,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다층 안전망을 갖춘 상수도. 이는 단순한 행정 슬로건이 아니라 부산 상수도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 기자의 시선
부산 상수도는 한때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 운영 시스템을 갖춘 도시였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된 도시 확장과 기후 변화, 노후 인프라의 누적 문제는 이제 상수도본부가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왔음을 말해준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는 선언이 아니라 책임이며, 정책이 아니라 실행이다. 깨끗한 물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부산 시민이 믿고 마실 수 있는 물, 그 기본을 다시 세우는 일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김병기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국립부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부산시청 내 핵심 부서에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축적했다. 주요 성과는 행정안전부 주관 상수도 분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6회 연속 전국 1위 달성에 기여, 수돗물 품질관리 고도화, 스마트 관망 관리 시스템 도입 등 경영 혁신 주도 등 이다. 행정가로서의 실무 경험과 함께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자로서의 면모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