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부발전, 김용균 이후 7년, 반복된 죽음 앞에서 경영진은 무엇을 했는가

2025-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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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 이후 7년, 경영진은 무엇을 바꿨나… 반복된 사망 사고가 묻는 ‘책임의 주체’”
- “같은 설비·같은 구조에서 또 사고… 안전 실패는 현장이 아닌 경영 판단의 결과다”
- “하청 노동자만 다친 이유는 분명하다… 위험 구조를 승인·유지한 경영진의 책임”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 이 사업장은 7년 전 고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사망이 멈추지 않는 현장’으로 남아 있다. 이는 더 이상 현장의 우연이나 개인의 불운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경영 실패의 누적 결과다. / 사진=연합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 이 사업장은 7년 전 고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사망이 멈추지 않는 현장’으로 남아 있다. 이는 더 이상 현장의 우연이나 개인의 불운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경영 실패의 누적 결과다. / 사진=연합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 이 사업장은 7년 전 고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사망이 멈추지 않는 현장’으로 남아 있다. 이는 더 이상 현장의 우연이나 개인의 불운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경영 실패의 누적 결과다.

2018년 12월,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졌다. 당시 정부와 당정청, 발전공기업은 직접고용과 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서부발전 역시 ‘안전 최우선’을 선언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같은 사업장에서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가 작업 중 사망했고, 7주기를 하루 앞두고는 화재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질문은 단순하다. 7년 동안 서부발전 경영진은 무엇을 바꿨는가.

안전 매뉴얼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위험한 작업을 외주에 맡기는 구조는 그대로다. 설비 운전과 정비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 몫이다. 사고가 나면 ‘관리·감독 강화’를 말하지만, 그 관리 책임의 최종 주체는 언제나 흐려진다. 경영진은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책임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태안화력에서 반복된 사망 사고는 구조적이다. 같은 사업장, 같은 외주 구조, 같은 위험 업무, 그리고 같은 결과. 이는 명백히 경영 판단의 실패다. 직접고용을 미루고, 외주 구조를 유지하며, 비용과 효율을 이유로 위험을 현장 노동자에게 떠넘긴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다.

서부발전 경영진은 더 이상 “현장 사고”라는 표현 뒤에 숨을 수 없다. 현장을 설계한 것은 경영진이고, 외주 구조를 유지한 것도 경영진이며, 직접고용 결정을 미룬 것도 경영진이다. 사람이 죽는 구조를 방치한 책임은 최종 결정권자에게 있다.

특히 김용균 씨 사망 이후 태안화력은 사회적 감시의 중심에 있었던 사업장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서부발전의 안전 경영이 선언에 그쳤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말은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태안화력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경영진에게 묻는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은 결정은 누구의 판단이었나. 외주 구조를 유지한 책임은 어디에 있나.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자리를 지킨 경영 책임자는 누구인가.

산업재해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반복되는 산재는 명백한 인재(人災)다. 그리고 인재의 책임은 현장이 아니라 경영진의 책상 위에 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는 사실은, 이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7년이다. 충분히 바꿀 시간이었고, 충분히 책임을 물을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서부발전 경영진이 반복된 죽음 앞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다.

기자로서 나는 더 이상 “또다시 이런 사고가 없기를 바란다”는 말로 이 사안을 끝내고 싶지 않다. 이미 그 말은 여러 번 반복됐고, 그 사이 사람이 죽었고, 또 사람이 죽었다.

태안화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앞으로도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반복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또 다른 이름을 쓰게 될지 모른다. 그 이름이 다시는 ‘김용균’의 이름을 닮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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