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검은 눈물 닦고 120억 ‘빛의 유산’ 심는다~화순군 능주, 역사관광 거점으로 대변신
2025-12-1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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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선정…광부의 삶·조광조 유배지 엮어 '체험형 클러스터' 조성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1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마지막 불꽃을 꺼뜨린 대한민국 1호 탄광의 땅, 화순에 희망의 빛이 다시 스며든다. 석탄 산업의 쇠락과 함께 깊은 침체에 빠졌던 화순군 능주면 일원이, 이제는 광부들의 고단했던 삶을 기억하고 지역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꺼진 탄광, 무너진 삶의 터전…절박함이 낳은 결실
화순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폐광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2026년부터 4년간 총 12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확보를 넘어, 지난해 6월 대한민국 최초의 탄광이었던 화순광업소가 문을 닫으며 생계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위로이자 새로운 희망이다. 1980년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서, 화순군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자구책이 마침내 빛을 본 것이다.
#탄광의 기억, 미디어 아트로 되살아나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폐광이라는 아픈 역사를 숨기거나 지우는 대신, 이를 창의적인 관광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다. 사업의 중심이 될 **'탄광 메모리얼 센터'**에는 최첨단 미디어 아트 기술을 접목한 전시관과 역사 홍보관이 들어서, 방문객들에게 탄광의 역사를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바로 옆에는 갱도를 직접 체험하고 광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탄광 역사 체험 ZONE'이 조성돼, 책에서만 보던 산업화 시대의 주역들의 삶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조광조 유배지부터 이한열 생가까지…'역사 융·복합 클러스터'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탄광이라는 단일 테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순군은 능주면이 품고 있는 풍부한 역사·문화 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개혁정치의 상징인 조광조 선생 유배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 생가, 그리고 유서 깊은 능주향교 등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 자원과 새롭게 조성될 탄광 테마 공간을 하나로 묶어, 능주면 전체를 거대한 '융·복합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이는 화순군의 문화관광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강력한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위축된 이미지 벗고, 전국 대표 관광도시로"
이와 함께 지역 특화 상품 개발과 브랜딩, 마케팅을 전담하는 '역량 강화 사업'도 병행해, 관광객 유치가 실제 주민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이번 사업 선정은 폐광으로 잃어버린 삶의 터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우리 군의 오랜 노력이 맺은 소중한 결실”이라며 “폐광지역의 어둡고 위축된 이미지를 문화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 화순을 전남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은 탄진이 흩날리던 땅에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피어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