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이 대통령 들이받은 인천공항 사장... 그런데 뒷말이 나오고 있다
2025-12-15 10:14
add remove print link
이 대통령 때문에 외화 밀반출 수법 알려졌다더니...
직원도 모른다던 수법, 이미 16년 전부터 알려졌다
책에 지폐를 끼워 해외로 몰래 반출하는 수법.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100달러짜리를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이 사장을 질책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이 대통령 때문에 외화 반출 수법이 알려졌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당 수법은 사실 16년 전부터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도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동일한 사례를 공식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지 이틀 만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이 일로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진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외화 밀반출 수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범죄 방법을 확산했다고 직접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책 사이에 외화를 은닉하는 수법은 이미 2009년 2월 언론 보도를 통해 상세히 알려진 바 있다. 당시 SBS 등 언론은 폴란드에서 온 특송소포에서 사전과 책 속에 숨겨진 유로와 달러가 발견됐으며, 잡지 사이에 끼워넣은 100달러짜리 지폐 여러 장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세관 특송통관과 계장은 당시 환율 변동이 컸던 2008년 하반기부터 적발 건수가 급증했다면서 환차익을 노린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관세청도 지난해 6월 20일 발표한 '외화 밀반출입 단속 강화' 보도자료에서 책을 이용한 외화 밀반출입 사례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입국하면서 해외에서 번 근로소득인 1억 3000만원 상당의 엔화를 책 사이에 은닉하는 방법으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 사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금요일(12일) 이후 주말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대통령의 저에 대한 힐난을 지켜본 지인들은 '그만 나오라'는 뜻으로 읽은 듯하다"고 적었다. 지인들이 자신에 대한 질타를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이 대통령의 질타가 과도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인천공항에는 세계 최고의 항공 전문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의 소란으로 국민들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라며 이 대통령의 질타를 '소란'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외화 밀반출 검색 문제와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사업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해 질타를 받았다.
이 사장은 책갈피에 숨긴 100달러짜리 여러 장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며, 인천공항공사의 검색 업무는 칼·총기류·라이터·액체류 등 위해 물품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 검색 과정에서 불법 외화 반출이 발견되면 세관에 인계한다"며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직원들조차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알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물은 질문이 현장 실무자도 모를 정도로 세부적인 사안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답변 미흡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사장은 "이를 막기 위해 제시된 100% 수하물 개장 검색을 시행할 경우 공항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이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세관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은 수요와 전망 등을 물었지만, 아직 입찰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입찰이 나오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수요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저 역시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입찰 공고가 나오는 대로 예산을 투입해 수요 전망과 입찰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질문이 업무 순서상 시기상조였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사장은 또 "인천공항은 K-공항 수출 사업에서 기술 점수와 자료 준비 측면에서 매우 탁월한 평가를 받아왔다"며 "타당성이 있다면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의 역량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의 '업무 파악 부족' 지적에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사장이 "세관하고 같이한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고 설명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100달러짜리 한 묶음을 책갈피로 끼워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라고 질문 취지를 확인하며 거듭 채근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이번에도 저희가 검색해서 적발해 세관으로 넘겼다"는 답에 굳은 표정으로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고 질타했다.
옆에 있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나서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얘기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이 사장은 "그건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해보라는 자신의 말에 이 사장이 즉각 대답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 하고는, 이 사장에게 임명 시기와 임기를 따지듯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하자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대통령의 질타는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부분에서 다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진척도를 묻는 말에 이 사장이 "수도 공항은 실무적 진척이 없다"고 답하자 "카이로 공항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사업 진척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실무자를 찾아 물으려 했지만 배석자가 없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됐다"라고 한 뒤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이 사장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하자 "제가 대통령 말씀을 잘못 이해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며 발언권을 신청해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는 사례에 대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고 뒤늦게 답변했다.
한편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