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1억 넘는데... 자영업자 빚 탕감해 주는 새출발기금 엄청난 부정들 줄줄이 적발
2025-12-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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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도 받은 새출발기금의 민낯 드러나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새출발기금'이 실제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까지 과도한 원금 감면 혜택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고액 가상자산 보유자, 심지어 가족에게 증여를 한 뒤 빚을 탕감받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원금 감면율을 비합리적으로 설계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까지 원금의 상당 부분을 감면받게 했다.
공사는 변제 가능률이 70%를 넘는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60% 감면을 적용해 변제 가능률이 100% 이상인 채무자들까지 감면 대상이 됐다.
조사 결과, 원금 감면자 3만 2703명 중 1944명이 변제 가능률 100%를 초과하고도 합계 840억 원의 채무를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 소득 8084만 원인 A씨는 변제 가능률이 1239%였지만 3억 3000만 원 중 2억 원을 감면받았고, 월 소득 2023만여 원인 B씨는 변제 가능률이 5009%임에도 2818만여 원 중 1747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월 소득이 1억이 넘는 C씨조차 채무 6903만여 원 중 4832만여 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또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이나 비상장주식, 증여 내역이 감면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출발기금은 신청자의 재산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아, 일부 채무자가 자산을 숨긴 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보유현황 확인 결과, 2024년 말 기준 269명이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을 보유했다. 이들이 감면받은 원금은 총 225억 원에 달했다. E씨는 채무 3326만여 원 중 65%인 3326만여 원을 감면받고, 1년 후 5억 7681만 원어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F씨는 새출발기금 신청 후 5개월 만에 1억 1217만여 원 중 72%를 감면받고 같은 해 말 4억 3922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감사 결과, 새출발기금 신청 전후로 1000만 원 이상 증여한 사례도 77건 확인됐다. G씨는 자녀에게 총 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한 뒤 6466만여 원의 채무를 감면받았고, H씨는 아내에게 5억 9314만여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증여하고 3261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거나 증여한 사례도 드러났다. 비상장주식을 가진 39명의 원금 감면 규모는 총 34억 원에 이르렀다. I씨는 새출발기금 신청 후 4개월 만에 채무 3210만여 원 중 74%를 감면받았고, 같은 해 말 9000만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3개 회사에서 보유 중이었다.
이에 공사와 금융위원회는 "채무 대비 소득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를 감면율 산정 시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청자가 비상장주식·가상자산을 숨기거나 가족에게 증여해 빚을 줄이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이번 결과는 실제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층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사회적 안전망의 취지와 달리 제도의 허점이 도덕적 해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