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제정 이후 처음…67년 만에 ‘이 법’ 전면 손질 시작
2025-12-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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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하자 유형 단순화…권리 행사 더 쉽게
67년간 큰 틀을 유지해온 민법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본격적인 개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법무부는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을 현대화하기 위한 첫 단계로 ‘계약법’ 규정을 손질한 민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6일 밝혔다. 법무부는 1958년 제정 이후 전면 개정 없이 유지돼 온 민법이 시대 변화에 맞춰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고정돼 있던 법정이율 체계를 바꾸는 데 있다. 기존 민법은 민사 법정이율을 연 5%, 상사 법정이율을 연 6%로 명시해 왔지만, 앞으로는 금리와 물가 등 경제 상황을 반영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 3년 평균 금리는 1998년 연 12%를 넘긴 적도 있고 2020년에는 1% 안팎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법정이율은 수십 년간 연 5%로 고정돼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의사표시 보호 범위도 넓어진다. 이른바 ‘가스라이팅’처럼 부당한 간섭이나 심리적 지배 상태에서 이뤄진 의사표시에 대해 취소를 인정하는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기존 민법만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예컨대 동거인이나 연인이 “너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식으로 장기간 압박하며 재산 처분이나 대출 계약을 하게 만들었다면, 당사자가 나중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는 셈이다.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제도도 개선된다.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 유형을 단순화해 편리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법률 분쟁을 합리적이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민법 개정 논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전면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법무부는 1999년 이후 두 차례 민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성년후견제도 도입 등 일부 성과를 냈지만 전체 체계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2023년 6월 교수, 판사, 변호사 등 학계와 실무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법개정위원회를 새로 꾸려 다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계약법 개정안은 그 첫 결과물로,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편익을 높이고 민법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앞으로도 민법 현대화를 위한 개정 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