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면 무조건 쓸어담는다…외국인들이 ‘이것’부터 사는 의외의 품목

2025-12-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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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명품 대신 약국·건강식품에 꽂혔다
한국 여행의 새로운 필수품, 홍삼·파스·영양제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이 확실히 달라졌다.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서울경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처럼 ‘고가 상품 한두 개’에 집중하던 소비에서 벗어나,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여러 번 사는 방식으로 패턴이 이동했다. 특히 뷰티·건강 영역에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챙겨가는 품목’이 무엇인지도 보다 선명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관광데이터랩 분석(2018~2025년 9월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1인당 소비금액은 2019년 대비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매 횟수는 124% 늘어 ‘한국에서 사는 물건의 개수’가 사실상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쇼핑은 전체 관광 소비의 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방식은 달라졌다.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15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감소했지만, 구매 빈도가 늘며 총 소비액은 오히려 커졌다. 고가 명품 중심 소비에서 ‘가성비 좋은 중저가’를 여러 차례 구매하는 형태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흐름은 ‘K-라이프스타일’ 소품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1~9월 기준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가챠샵 142.0%, 문구 48.7%, 서점 39.9% 증가했다. 아트박스 역시 영종도(550.0%), 이수(325.0%), 부산 서면(85.4%) 등 공항·교통 요충지와 로컬 상권 전반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패션 소비 건수도 같은 기간 23.4% 늘었고, 액세서리(33.0%), 스포츠웨어(32.8%), 스포츠용품(33.4%), 언더웨어(59.1%)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언더웨어 소비는 일본·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139%), 대만(114%)에서도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성수2가1동(650%)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명동(62.9%), 연남동(13.9%)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였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뷰티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뷰티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하지만 외국인 소비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단연 뷰티·건강이다. 2018~2024년 연평균 19.1% 성장에 이어 2025년에도 40.4%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화장품(35%), 약국(67%), 건강식품(75%) 모두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가면 꼭 산다’는 말이 나오는 뜻밖의 품목 정체가 바로 여기서 갈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고·파스·영양제 같은 일상형 웰니스 제품을 적극 구매하며, 특히 홍삼·인삼 등 건강식품 소비는 75.1% 증가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웰니스 쇼핑’의 확산은 이유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격 대비 만족감이 크고, 약국·편의점·드럭스토어 등 유통 채널 접근성이 좋아 여행 동선에서 부담 없이 여러 번 살 수 있다. 제품군이 세분화돼 증상과 상황에 맞춰 고르기 쉽고, 포장과 사용법이 비교적 직관적이라 ‘처음 사도 실패 확률이 낮다’는 인식도 구매를 밀어준다. 홍삼·인삼 등은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와 맞물려 ‘현지에서 사면 정품을 합리적으로 산다’는 확신이 더해지고, 선물용으로도 활용도가 높아 장바구니에 쉽게 담긴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화장품 가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미숙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쇼핑 방식이 고가 중심에서 일상·취향·웰니스 중심의 실용형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라이프스타일과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업계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방한 쇼핑의 키워드는 ‘고가 한 방’이 아니라 ‘자주, 많이, 실용적으로’로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약국과 건강식품을 포함한 웰니스 품목이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쇼핑 리스트도 점점 더 ‘생활형’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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