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위…요즘 태어나는 아기들, 사실 진짜 위험합니다
2025-12-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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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최저인데, 쌍둥이 탄생은 유난히 많아
한국에서 쌍둥이 임신과 출산이 빠르게 늘면서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다태아 출산율은 오히려 최상위권이라는 점에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퍼센트에서 지난해 5.7퍼센트로 크게 늘었다. 출생아 수 자체는 줄었지만, 쌍둥이 비율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비중도 2.4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증가했다. 아이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태아만 늘어나는 흐름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상황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쌍둥이 출산율은 분만 1천 건당 28.8건으로,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를 보유한 국가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해당 국가들의 평균은 15.5건으로, 한국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분만 1천 건당 0.67건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평균치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한 번의 임신으로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으려는 선택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2015년 32.2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상승했다.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의 평균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보다 더 높다. 난임 시술 환자 수도 최근 7년 사이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다태아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쌍둥이 이상 임신은 조산, 저체중아 출산, 임신중독증, 산후 출혈 위험이 단태아보다 훨씬 높다. 산모의 입원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크고, 신생아 집중치료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잦다. 의료 부담과 건강 위험을 고려하면 다태아 임신은 결코 권장할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책은 임신 이후나 출산 전후에 집중돼 있다. 이미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를 지원하는 사후 대응 위주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이런 접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태아 임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신 이전 단계에서의 예방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여러 국가들은 다태아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의료보조생식 과정에서 한 번에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던 관행을 개선해, 단일 배아 이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 결과 쌍둥이 출산율은 낮아졌고,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지표도 개선됐다. 영국은 대표적인 사례로, 다태아 출산율을 줄이면서도 전체 출산율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한국 역시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신 전 단계에서 산모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난임 시술 과정에서 다태아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미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에 대한 지원은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쌍둥이 출산율을 낮추는 정책이 자칫 출산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다태아 임신을 줄이는 것은 출산을 막는 정책이 아니라, 한 번의 출산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안전하도록 만드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출산의 양보다 건강한 출산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