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회에서 15분 동안 아내 만난 뒤... 이후 직접 명품가방 건넸나
2025-12-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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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선출 9일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김건희 여사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인으로부터 로저 비비에 가방을 받은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이 김 의원이 문제의 가방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자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김 의원 부부가 같은 시간에 국회에 출입한 기록을 확보했으며, 이때 김 의원이 가방을 받아 같은 날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23년 3월 16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가 일본 순방길에 오를 당시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이 동행했다.
이날 오후 김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는 서울 압구정동 백화점을 찾아 김 의원 계좌와 연결된 신용카드, 상품권, 백화점 포인트를 모아 260만 원대 로저 비비에 가방을 구매했다. 이 가방은 김 여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날인 17일 오후 1시 37분 이 씨는 자신의 차를 타고 국회로 들어왔고, 이어 오후 2시 58분 김 의원의 차가 도착했다. 김 의원 도착 약 15분 뒤 이 씨는 국회를 빠져나갔다. 특검팀은 이 같은 차량 출입 기록을 확보하고, 두 사람이 함께 국회에 머물렀던 15분 사이 가방과 이 씨가 쓴 감사 편지가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귀국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특검팀은 이때 김 의원이 김 여사에게 직접 가방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김 의원을 이 씨와 함께 피의자로 입건했다. 가방과 함께 발견된 편지의 날짜가 3월 17일인 점도 고려했다.
문제가 된 가방은 김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지 9일 만에 전달됐다. 2022년 12월 김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지지율은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 이어 4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윤심'이 작용하며 김 의원은 유일한 친윤 후보로 남아 당대표에 당선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비윤계로 분류된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서자 국민 여론조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당원 투표만 100% 반영하는 방식으로 선거 규칙을 변경했다. 유 전 의원이 사퇴한 뒤에는 윤 대통령이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했다. 불출마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의원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이진복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개 석상에서 "'안윤 연대'라는 표현을 누가 썼냐.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냐"고 말했다. 이어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제원 전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결성됐다. 결국 김 의원은 2023년 3월 8일 당대표에 선출됐다.
당시 당대표 선거는 막판에 김 의원이 앞질렀는데,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이른바 '윤심'을 언급했다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메시지를 특검은 확인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3월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3개월 전만 하더라도 3%에서 출발해서 53이 됐다. 이것은 친윤계나 윤심의 작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KBS에 "특검팀의 수사는 얼토당토 않는 '공상 비과학'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 귀국 당시 촬영된 영상 등을 토대로 김 의원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