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고 악랄하다” 판사마저 경악하며 징역 27년 선고한 범죄
2025-12-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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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반만에 원룸서 발견된 동거녀 시신

동거녀를 살해한 뒤 3년 6개월간 시신을 은닉해 중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판결문으로 드러났다. 분무기로 방향제를 뿌리고 살충제로 구더기를 제거하는 등 시신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38·남)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체를 장기간 방치하고 은닉한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보일 만큼 참혹하고 악랄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한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던 A 씨는 30대 여성 B 씨를 처음 만나 현지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B 씨는 2006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후 A 씨는 2017년 불법 체류 사실이 적발돼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B 씨가 2018년 어머니 병문안을 가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자 A 씨는 B 씨의 여권을 뺏으며 동거를 강요했다. 두 사람은 다시 인천의 원룸에서 함께 살며 사실혼 관계를 이어갔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B 씨는 계좌 개설은 물론 휴대전화 개통조차 할 수 없었고, A 씨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A 씨는 B 씨가 가족에게조차 마음대로 연락할 수 없게 하고 생활비가 필요할 때만 현금을 줬다.
사건은 A 씨가 3억원의 사기 범행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발생했다.
2021년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을 벌였고, A 씨는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 씨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B 씨를 원룸에 방치한 채로 매달 임대차계약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신 상태를 살폈다.
분무기를 이용해 방향제를 시신과 방 전체에 뿌리고, 향을 태우거나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두며 냄새가 집 밖으로 퍼지지 않게 했다. 또 살충제를 뿌려 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죽이는 방식으로 장기간 B 씨 시신을 관리해 왔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새로운 여성을 만나 딸을 출산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6월 A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시신을 관리하지 못하게 되자 살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건물 관리인은 같은 해 7월 거주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방에서 악취가 나자 경찰에 신고했고, 살인 범행 3년 6개월 만에 현장에서 B 씨 시신이 발견됐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