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논란' 따라다닌 이 대통령, 중국 불법조업엔 왜 세게 나왔나

2025-12-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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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업무보고서 “아주 못됐다…외국은 격침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아주 못됐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수위로 비판하고, 외국 해군의 중국 어선 격침 사례까지 꺼내 강도 높은 단속을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해 불법조업은 어민 피해와 해양주권이 걸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원칙적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야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친중 성향' 공세와 맞물려, 대중(對中) 현안에서 단호한 태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부산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장인식 해양경찰청 차장에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현황을 묻고선 "인도네시아 해군이 (불법조업) 어선을 몇 척 격침하니 (인도네시아 영해로) 아예 안 왔다고 한다. 그렇게는 못 하겠지만 엄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포탄으로 쏴버리는 것은 심한 것 같은데, 요새 (어선을) 들이받는 단속 함정도 있지 않으냐"며 "(불법조업 어선들의 행태가) 아주 못됐다. 불법을 감행하며 단속을 피하려고 쇠창살을 만들고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는데, 그러면 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해역에 들어가서 불법조업하면 돈도 엄청나게 뺏기고 구류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켜야 한다”며 범칙금 상향도 요구했다.

불법조업 어선들이 팀을 이뤄 벌금을 분담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10척이 모아서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불법어로에 대한 단속은 중국 정부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국가 정상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조업하다 우리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 / 서해5도특별경비단
불법조업하다 우리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 / 서해5도특별경비단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외교 현안에서는 대중 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불법조업이라는 주권 침해 사안에서는 분명한 선을 긋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우리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자 해양 주권이 걸린 사안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다.

친중 논란을 불식시키면서도 실리 외교를 추구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야당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며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격침'이라는 극단적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그렇게는 못 하겠지만"이라며 한계를 분명히 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리력 행사 수위를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엄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범칙금 등 처벌을 강화해 재발 억지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에 대한 강경 대처를 주문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30일 인천의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해 "영토권, 해양주권을 보장해야 하고 어민 수산자원도 보호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중국 어선 불법조업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인도네시아가 나포와 동시에 침몰, 격침하는 조치를 해서 90% 가까이 불법 조업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도네시아의 격침 조치를 소개하며 강경한 단속이 억지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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