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에 제발 '이것' 넣으세요…안 먹던 아이들도 서로 조릅니다
2025-12-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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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삶을 때 메주콩 한 줌, 단맛이 살아나는 진짜 이유
고구마를 삶을 때 '특별한 재료'를 함께 넣으면 유난히 달고 깊은 맛이 난다는 말이 있다.
267만 요리 유튜버 '김대석 셰프TV'에서 소개한 방법이다.
간식으로 먹던 고구마가 갑자기 요리처럼 느껴질 만큼 풍미가 달라진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단순한 민간요법처럼 보이지만, 이 방법에는 나름의 과학적 이유와 조리 원리가 숨어 있다.
핵심은 고구마의 단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고구마 속 전분은 열을 받으면 당으로 분해되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다. 이 효소는 특정 온도 구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동한다. 고구마를 물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는 초반 단계에서 이 온도가 유지될수록 전분이 더 많이 당으로 바뀌고, 결과적으로 단맛이 강해진다.

메주콩이 들어가면 이 과정이 한층 안정된다. 콩은 물속에서 단백질과 미네랄 성분을 조금씩 내놓는데, 이 성분들이 물의 성질을 완만하게 만들어준다. 쉽게 말해 물의 변화가 급격하지 않게 조절되면서 고구마가 천천히 익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급격히 끓어오르는 물보다, 서서히 온도가 오르는 환경에서 고구마 속 효소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맛의 정리 효과다. 고구마에는 미량이지만 떫고 씁쓸한 맛을 내는 성분이 있다. 메주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사포닌 성분은 이런 잡미를 흡착하거나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같은 고구마라도 콩을 넣고 삶으면 맛이 더 깔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단맛은 도드라지고, 끝에 남는 텁텁함은 줄어드는 이유다.
삶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냄비에 넣고, 고구마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여기에 말린 메주콩을 한 줌 정도 넣는다. 콩은 불리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넣어도 된다.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센 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중약불에서 천천히 가열해 물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물이 끓기 시작한 뒤에도 바로 불을 세게 하지 말고, 은근한 끓임 상태를 유지한다.

삶는 시간은 고구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젓가락이 무리 없이 들어갈 정도면 충분하다. 다 익은 뒤에는 고구마만 건져내고, 콩은 따로 먹지 않아도 된다. 콩을 함께 먹을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고구마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콩을 너무 많이 넣으면 물 맛이 탁해지고, 고구마에 콩 향이 과하게 배어 오히려 풍미를 해칠 수 있다. 고구마 크기 기준으로 한 줌이면 충분하다. 또 삶은 뒤 고구마를 물에 오래 담가두면 단맛이 빠져나가므로, 익자마자 건져내는 것이 좋다.
고구마를 삶을 때 소금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단맛을 강조하기보다는 맛을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메주콩은 단맛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같은 고구마라도 삶는 방법에 따라 맛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다.

겨울철 고구마를 자주 먹는다면, 한 번쯤 메주콩을 함께 넣어 삶아볼 만하다. 재료는 늘 쓰던 것 그대로인데, 맛은 분명히 달라진다. 특별한 양념 없이도 고구마 본연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이 방법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주방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