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시고 난 와인병은 사실…지금까지 애쓴 게 허탈해집니다

2025-12-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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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 재활용 불가능한 이유, 색깔의 미세한 차이가 문제
연말 늘어나는 와인병, 재사용과 감량으로 환경 부담 줄이기

연말이 다가오면 집 안에 조용히 늘어나는 것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지나 송년 모임과 홈파티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워지는 와인병이다.

많은 사람이 분리수거함 앞에서 한 번쯤 고민한다. “와인병은 한국에서 재활용이 안 된다던데, 그럼 어떻게 버려야 하지?”라는 질문이다. 이 말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리다. 와인병은 수거는 되지만, 실제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유리 재활용 구조에 있다. 한국에서 유리병 재활용은 색깔이 핵심 기준이다. 생산 공정상 100% 동일한 색의 유리만 다시 병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재활용되는 색은 백색, 갈색, 녹색이다. 소주병과 맥주병이 대표적이다. 이 병들은 색이 표준화돼 있고, 대량 생산과 회수가 반복되면서 재활용 수요도 꾸준하다.

문제는 와인병이다. 와인병은 녹색처럼 보여도 미묘하게 색이 다르거나, 갈색과 녹색이 섞인 이중색인 경우가 많다. 수입 와인이 대부분인 탓에 병 색도 제각각이다. 재활용 공정에서는 이런 미세한 색 차이조차 불량으로 분류된다. 결국 수거는 되지만 다시 병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재활용 선별장이나 보관 창고에 그대로 쌓이게 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화장품 유리 용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투명해 보여도 색이 섞인 유리, 두꺼운 장식 유리, 코팅된 병은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다. 특히 고급 화장품 공병은 디자인을 위해 여러 색 유리를 겹쳐 만든 경우가 많아 재활용 공정에서 걸러진다. 이처럼 와인병과 화장품 공병은 분리배출을 해도 실제 소비처가 없어 환경 부담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와인병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현재 제도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유리병류로 배출하는 것이다. 코르크 마개나 스크류 캡, 병 입구의 포일은 반드시 제거하고 병 안을 헹군 뒤 배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최소한 수거 과정에서의 오염은 막을 수 있다. 깨진 병은 유리병 수거함이 아니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다만 환경 부담을 줄이려면 한 단계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와인병은 재사용이 가능한 대표적인 용기다. 물병이나 꽃병, 디퓨저 용기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와인숍이나 업사이클링 업체에서 와인병을 수거해 조명이나 생활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지역과 브랜드에서는 공병 반납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이다. 와인병을 유리니까 당연히 재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버리면,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쌓이는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반대로 “재활용이 안 된다니까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자”는 선택 역시 옳지 않다. 현행 제도 안에서는 유리병류로 배출하되, 재사용이나 감량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그나마 환경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연말의 즐거운 분위기 뒤에는 늘 쓰레기가 남는다. 와인병 하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유리 재활용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홈파티의 끝에서 병을 들고 잠시 멈춰 서는 그 순간이,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즐거움은 남기되, 부담은 줄이는 연말이 필요해 보인다.

유튜브, 채널A News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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