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팔리자 해고 대신…전 직원 ‘6억씩’ 보너스 쏜 사장님

2025-12-2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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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대금 15% 나눈 미국 중소기업 CEO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cko Studio-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cko Studio-shutterstock.com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의 한 전력 장비 회사가 대기업에 매각된 후 '직원 해고'가 아닌 오히려 직원들에게 막대한 '보너스'를 뿌려 화제가 되고 있다. 수십 년간 직원을 가족처럼 챙겨온 이 기업은 마지막까지 모든 직원과 열매를 나눠 가졌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민든에 있는 가족 기업 파이버본드는 최근 대기업 이튼에 팔렸다. 이때 창업자 가족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는 매각 대금 17억달러(약 2조4531억원) 중 15%를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조건을 인수 협상에 포함했다.

그 결과 정규직 직원 540명 몫으로 총 2억4000만달러(약 3463억원)가 남게 됐고, 직원 한 명당 44만3000달러(약 6억3900만원)의 평균 보너스를 받게 됐다. 장기 근속자들은 수십 년간 회사에 헌신한 수고를 인정받아 더 큰 금액을 얻었다. 다만 65세 미만의 경우 5년에 걸쳐 지급된다고 한다.

보너스 지급 날, 직원들은 충격과 환호 속에 봉투를 받아들었다. 일부는 장난이 아닌지 의심했고,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동료와 포옹했다. 가족 여행을 떠난 직원, 빚을 갚겠다는 직원, 학자금을 마련한 직원, 은퇴를 준비한 직원 등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중소기업 파이버본드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 / X(옛 트위터)
미국 중소기업 파이버본드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 / X(옛 트위터)

파이버본드는 1982년 워커의 아버지인 클로드 워커가 창업한 회사에서 시작됐다. 전화·전력 설비 구조물을 만들어 성장했지만, 1998년 공장 화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공장이 다시 돌아가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이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엔 다시 수요가 급증해 호황을 맞는 듯했으나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회사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900명이던 직원도 32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특유의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충성심이 휘청이던 회사를 지탱했다.

워커는 형제와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을 맡으며 사업을 재정비·확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CEO에 올라 과거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파이버본드는 개인 성과 대신 집단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침으로 협력 문화를 키워나갔다.

보너스 지급은 직원들의 삶을 바꿨다. 29년간 근무한 레시아 키는 집 대출을 갚고 작은 의류 매장을 열었고, 베트남 출신 이민자 블랙웰은 수십만 달러를 받고 은퇴해 남편에게 새 차를 선물하고 평온한 노후를 준비했다.

연말 회사를 떠나며 직원들의 반응을 지켜본 워커는 "앞으로도 이 돈이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소식을 듣고 싶다. 80세가 되었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이메일을 받고 싶다"고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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