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우리나라에선 호불호 갈리는데…해외에선 1위 휩쓸며 대박친 '한국 영화'
2025-12-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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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와 인류애를 담은 SF 재난 영화
김병우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시청자들의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 정상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는 대홍수가 지구를 집어삼킨 마지막 날, 인류 생존의 유일한 희망을 품은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안나(김다미)는 거대한 해일이 닥친 상황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 내부에서 차오르는 물과 무너지는 구조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모성애와 함께 인류의 미래가 걸린 비밀스러운 임무가 서서히 드러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주연을 맡은 김다미, 박해수, 권은성의 연기와 SF 재난 장르의 결합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대홍수’는 지난 19일 공개 이후 단 3일 만에 누적 시청 수 2790만 건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태국 등 총 5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기록이며, 전 세계 93개국에서 톱10 진입에 성공한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영어권 영화 부문 1위였던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의 시청 수(2090만 건)까지 추월하며 언어 장벽을 넘어선 통합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작품의 독창성에 주목하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물리적 재난을 형이상학적 영역으로 확장한 서사를 높게 평가했으며, 인버스는 영화 속 숨겨진 디테일들을 언급하며 2025년 가장 놀라운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김다미의 감정 연기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가디언과 라디오 타임스는 배우의 열연과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정교하게 맞춰지는 서사의 힘을 호평했다.
이러한 글로벌 성적표와 달리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24일 기준 네이버 영화 평점은 3.88점에 머물고 있으며, 전체 평점의 65% 이상이 1~2점대의 최저점에 집중되어 있다.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주인공이 아들과 탈출하는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아이의 돌발 행동이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아들이 빌런'이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반면 작품의 실험적인 구성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뚜렷하다. 단순한 재난물을 넘어선 장르적 변주와 후반부에 배치된 반전, 그리고 모성애와 인류애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공감한 시청자들은 9~10점의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댓글 반응도 뜨겁다. "재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철학적인 SF였다"라며 신선함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초반부 아들의 답답한 행동 때문에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혹은 "설명 없이 지나가는 설정이 많아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초반의 모든 장면이 이해된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시도"라는 응원 댓글도 적지 않다.
온라인상의 뜨거운 설전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화제성을 견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해외 평점 사이트 IMDb에서도 5.4점을 기록하며 국내와 유사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대홍수’는 논란과 극찬을 동시에 거머쥐며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의 정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