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안질환 환아 ‘진단-치료’ 공백 줄일까…환자단체·분만병원협회, 서울대병원에 기부금 전달
2025-12-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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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안저검사 ‘표준 검진’ 논의 재점화…“검사 기회가 지역·병원 따라 갈려”
미국 ‘KJ 맞춤형 유전자치료’처럼 환자 도달 속도 관건…전주기 연결체계 필요성

[서울=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희귀·유전 안질환은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면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검진과 치료 접근성은 지역·의료기관 여건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환자단체가 의료 현장과 손잡고 치료와 연구 지원에 나섰다.
지난 24일, 희귀 안질환·유전질환 환아를 돕기 위한 기부금이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안과,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전달됐다. 기부금은 환아들이 더 이른 시기에 진단받고 치료·연구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환자 가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기진단–임상–치료–연구가 끊기지 않도록 연결 구조를 만드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현장에서는 “기술이 있어도 환자에게 제때 닿지 못한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신생아 선별검진 체계가 다른 영역에서는 자리 잡았지만, 시력을 지키는 데 중요한 신생아 안저검사는 아직 표준 검진 항목으로 널리 정착하지 못해 안내 여부가 병원·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전성 망막질환처럼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은 조기 검진이 치료의 출발점이어서, 첫 관문이 흔들리면 이후 첨단 치료 기술도 환자에게 도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유전자·세포치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치료 접근성은 비용·제조·규제·임상 참여 기회 등 복합 요인으로 제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 성과가 임상과 치료로 이어지려면 기초 연구부터 제조공정, 비임상·임상, 규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초희귀질환에 맞춤형 유전자치료를 신속히 연결한 사례가 주목받기도 했는데,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환자에게 도달하는 속도와 경로’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조기 검진과 맞춤 치료, 연구 생태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현장과 제도를 잇는 시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희귀질환 분야가 ‘있지만 닿지 않는 제도’로 남지 않으려면, 표준 검진 논의와 함께 환자 중심 임상 경로, 데이터 축적, 예측 가능한 지원 체계가 촘촘히 설계돼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