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타임 선정 ‘2025 베스트 한국 드라마’…오징어게임 3위, 1위는 이 작품
2025-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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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제친 감정 드라마, 타임이 선택한 K드라마의 변화
화제성 밀린 완성도, 2025년 한국 드라마의 기준이 바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5년 한 해 방영·종영작을 기준으로 ‘올해의 베스트 한국 드라마 10편’을 발표했다. 익숙한 글로벌 흥행작이 상위권을 장악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넷플릭스 대표작 ‘오징어 게임’ 시즌3가 3위에 머문 사이, 1위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 가져갔다.

이번 리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화제성’이 아니라 ‘완성도’의 기준으로 정렬돼 있다는 점이다. 대작 프랜차이즈가 밀리고, 감정선과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 치고 올라왔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지금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 아니라, 올해 가장 설득력 있게 “끝까지” 간 작품들이 위에 섰다.
1위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타임이 1위로 꼽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다.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 풀어내며, 거대한 사건보다 인물의 선택과 감정으로 서사를 밀어붙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16부작으로 3월 7일부터 28일까지 공개됐다.

포인트는 분명하다. ‘시대극’이라는 장벽을 배경의 질감으로 바꾸고, 캐릭터 드라마의 힘으로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간다. 아이유·박보검·문소리·박해준 등 캐스팅이 화제를 만들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서사의 균형감이 1위의 설득력을 만든다.
2위 <내가 죽기 일주일 전(Way Back Love)>
2위는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다. 흥행의 전면에 서진 않았지만, 타임은 이 작품이 짧은 6부작 안에서 감정을 밀도 있게 쌓아 올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의에 빠진 여자 앞에 고등학생 시절 죽은 첫사랑이 ‘저승사자’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판타지지만, 핵심은 ‘회복’이다. 로맨스의 골격 위에 오싹한 판타지를 얹되, 결국 사람의 마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방식이 상위권의 이유가 됐다.

3위 <오징어 게임 시즌3(Squid Game Season 3)>
3위는 6월 2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다. 성기훈과 프론트맨의 대립을 본격적으로 전면화하며, 단순한 생존 경쟁을 넘어 ‘인간성’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서사를 펼쳤다.
타임은 클라이맥스에 대한 아쉬움을 짚으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절망을 그려내는 데는 여전히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정리하면 이번 순위는 ‘누가 더 크게 만들었나’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남았나’에 답한 리스트다. 초대형 프랜차이즈인 ‘오징어 게임’ 시즌3가 3위에 자리한 것만으로도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화제성은 기본값이 됐고, 이제는 한 해를 대표할 자격이 ‘완주력’과 ‘서사의 밀도’로 가늠된다는 뜻이다.
1위에 오른 ‘폭싹 속았수다’는 거창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선택과 감정만으로 16부작을 끌고 가는 힘을 증명했고, 2위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짧은 6부작 안에 감정을 응축해 여운을 남겼다. 반면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거대한 브랜드의 마지막 장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여전히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클라이맥스’라는 마지막 한 방에서 평가가 갈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타임의 선택은 “올해 한국 드라마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세계가 주목하는 대작이 상위권에 오르는 시대를 지나, 지금은 한 작품이 얼마나 섬세하게 시대와 인간을 붙잡아내는지가 순위를 바꾼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타임이 꼽은 ‘베스트 10’의 나머지 7편은 어떤 기준으로 이 리스트에 합류했을까. 1~3위가 보여준 흐름을 놓고 보면, 올해의 K-드라마는 ‘스케일’보다 ‘밀도’로 승부하는 단계에 확실히 들어섰다.
이하 ‘미국 타임 선정 2025 베스트 한국 드라마 10선’
10위 넷플릭스 ‘트리거’
9위 티빙 ‘ 스피릿 핑거스’
8위 JTBC ‘옥씨부인전’
7위 티빙 ‘스터디그룹’
6위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5위 JTBC ‘미지의 서울’
4위 디즈니+ ‘북극성’
3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2위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1위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