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1200만·박사 2500만… 가난한 대학원생 '통장 잔고'부터 채워준다
2025-12-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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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 생태계, 비전임 연구자 지원으로 판 바꾼다
교육부가 인문·사회와 이공 분야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 2026년 학술 연구 지원사업에 총 1조 712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청사진을 내놨다. 이는 전년 대비 563억 원 증액된 규모로, 학문 후속세대인 청년 연구자들의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고 지역 대학의 연구 거점 기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 박사급 연구자들의 해외 연수 트랙을 신설하고, 이공계 비전임 연구자들에게 최대 3년의 연구 기간을 보장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전체 예산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인문·사회 분야에 4,489억 원, 이공 분야에 6,223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인문·사회 분야 예산은 전년보다 298억 원 늘어났다. 이번 증액의 핵심은 연구자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이다. 교육부는 박사 학위를 소지한 비전임 연구자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우수 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리서치’ 사업을 신설했다.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20명을 선발해 1인당 연간 5천만 원을 지원하며, 이들이 해외 유수 연구소와 교류할 기회를 제공한다.
학문 후속세대의 초기 정착을 돕는 안전망도 촘촘해졌다. 석·박사 과정생을 위한 연구 장려금 지원 대상을 확대해 석사 과정 200명, 박사 과정 400명을 신규 선발한다. 이는 연구에 몰입해야 할 대학원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학술연구교수 B유형에는 성장 연구 트랙을 별도로 마련해 초기 정착을 지원한다. 기존 장기 지원(A유형) 대상자가 1,882명으로 늘어난 것과 맞물려 연구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학 연구소를 지역 연구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시도 역시 눈에 띈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 대학기초연구소 사업을 신설해 3개 대학을 선정하고, 각 대학에 연간 4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연구소는 기초학문 보호와 육성을 책임지며 지역 내 인문사회 연구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기존에 순수학문 중심이었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사업도 예술체육특화형과 교육연계형으로 유형을 다변화해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연구를 유도한다.

이공 분야 지원 사업은 6,223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265억 원이 증액됐다. 가장 큰 변화는 비전임 교원과 박사후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기본 연구 사업의 신설이다. 일명 풀뿌리 연구 지원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3년의 지원 기간을 보장한다. 790개 과제에 총 23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연구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평가 부담 완화 조치도 시행된다. 2026년도 개인 연구 신규 과제부터 단계 평가가 간소화되거나 폐지된다. 기존에 3년 연구 후 단계 평가를 거쳐 2년을 더 지원받던 방식에서, 중간 평가 없이 5년을 보장하는 형태로 개편되는 식이다. 이는 연구자들이 평가 보고서 작성 등 행정 업무에 뺏기는 시간을 줄이고 연구 자체에 긴 호흡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지역 대학의 이공계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컬 랩과 대학 기초 연구소(G-LAMP) 사업도 확대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하는 국가연구소(NRL 2.0) 사업에 지역 트랙을 신설해 지역 소재 연구소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부는 이공 분야 학술 연구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선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가칭 이공학 리더 그룹을 구성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대학 간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종합계획에 대해 기초학문은 응용 기술과 실용 연구의 토대이자 미래 산업을 이끄는 원천이라며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 장관은 젊은 연구자 지원과 지역 대학 연구 기반 조성을 통해 학술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예산 투입이 고사 위기에 처한 기초학문 분야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