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부인이 단톡방에 올렸던 심상찮은 글
2025-12-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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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부인, 보좌진은 물론 구의원에게까지 직접 지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부인인 이모 씨가 김 원내대표 보좌진과 서울 동작구의회 의원들이 포함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정치 동향 파악, 의원 일정 조율, 지역 현안 처리 등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29일 단독 보도했다.
한겨레가 확보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방 '920호 소통방'에 올라온 문자메시지에 보면, 이 씨는 지난해 1월 25일 당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장이었던 김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캡처해 올렸다. 해당 글은 김 원내대표를 향해 "검증을 받아야 할 인간"이라며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본 동작구의회 A 의원은 "확인하겠습니다 사모님"이라고 답했고, 다른 보좌진과 인사들도 "네 사모님", "네 확인했습니다" 등의 답변을 연이어 올렸다. 920호는 김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번호다.
이 씨 지시는 지역구 현안 관리와 일정 조정 등 다방면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 1월 8일 이 씨는 '대방동 파크골프장 조성 안내'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며 "체크해보세요"고 지시했다. 이에 동작구 A 의원은 "네 알겠습니다. 예산 때 확인한 바로는 세 곳 정도의 후보지가 있었는데 확정인지 확인하겠습니다"고 답한다.
김 원내대표의 대민 접촉 일정도 이 씨가 직접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5월 25일 이 씨는 대화방에서 "최대한 빨리 의원님 일정(을 잡으에쇼). 가능하면 다음 주 중.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신대방1동 노래교실과 금요일 오후 2시 노량진2동 노래교실에 잠시 들러 인사하기 바랍니다. 곧 3개월이 돼서 다른 노래교실로 이동할 겁니다"라고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지목해 지시했다.
김 원내대표가 직접 "(일정을) 잡으세요"라고 거들자 보좌진은 "일정을 확인해 오전 시간으로 잡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이 씨는 이후 다시 한번 "6월 1일 목요일은 어떠세요? 시간은 정해주세요"라며 일정을 재차 확인했다.
지방의원 공천권과 직원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남편의 지위를 이용해 이 씨가 사실상 상급자처럼 군림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의원 가족이 공직자와 보좌진과 지방의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위계 관계를 형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화방에 참여했던 한 비서관은 한겨레에 "밤에도 종종 전화가 올 정도로 사모님 지시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 측은 해당 대화방은 지역 현안을 공유하는 지역위원회 차원의 소통방이었다며 김 원내대표 배우자도 지역구 주민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 것일 뿐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한겨레가 확보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2022년 8월 김 원내대표 전 보좌관과 통화하며 “7월12일부터 사모님이 (법인카드를) 쓴 게 8월26일까지”라며 “사모님이 쓴 게 27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