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할 때 탄 차에 관심 집중... 성능이 미쳤다

2025-12-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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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벤츠인데 그 벤츠가 아니라는 이 대통령 의전차

검은 차체에 반사된 아침 햇살.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는 차량의 위용은 그 자체로 현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처음 출근하며 탑승한 의전차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다. 1330일 만에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과 함께 초고급 방탄 리무진의 존재감도 다시 주목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이 29일 오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지 약 '3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 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이 29일 오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지 약 '3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 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3분께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섰다. 차량이 지나는 길 앞에는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이재명 만세" 등을 연호하며 첫 청와대 출근을 환영했다. 본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검은색 코트에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 차림으로 차량에서 내렸다. 이 대통령은 통합을 상징하는 이 넥타이를 올해 6월 4일 취임 선서식을 비롯해 중요한 자리마다 착용해왔다.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다. 1909년 독일에서 설립된 마이바흐는 한때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고급 브랜드였으나 1941년 단종됐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가 부활시켜 S클래스 기반의 최고급 세단을 생산하고 있다.

2002년 부활한 마이바흐는 57과 62라는 모델명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각각 전장 5.7m와 6.2m를 의미한다. 일반 중대형 차량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였다. 그러나 과도한 판매 목표와 제한된 모델 라인업, 10년 넘게 유지된 구식 디자인으로 판매 부진을 겪다 2013년 단종됐다. 당시 마이바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배우 배용준 등 최상위층이 소유한 차로 국내에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이 29일 오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지 약 '3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 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이 29일 오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지 약 '3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렸다. / 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14년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를 서브 브랜드로 재출범시켰다. W222 S클래스의 전장을 확대한 모델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00, S600을 선보였다. 현행 마이바흐 S클래스는 2020년 공개된 7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180mm 긴 휠베이스를 가져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다. 국내 판매 가격은 S580 모델이 3억 원부터 시작하며, V12 엔진을 탑재한 S680 모델은 3억 8000만 원대에 이른다.

일반 판매 모델도 이 정도지만 대통령 의전차로 사용되는 마이바흐는 특수 제작된 방탄 사양이다. 이 대통령이 이용하는 차량은 마이바흐 S650 가드 또는 S680 가드 모델로 추정된다. 가드 모델은 독일 연방범죄수사청의 VR9 또는 VR10 방탄 등급 인증을 받은 특수 차량이다. VR9 등급은 AK-47 소총이나 경기관총 공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다.

방탄 사양의 마이바흐는 외관상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차체에는 특수 강판과 케블라 섬유가 적용되고, 유리는 수 센티미터 두께의 방탄유리로 교체된다. 이 때문에 차량 무게는 일반 모델의 2배가 넘는 4~5톤에 이른다. 일부 최고 사양 모델의 경우 9톤에 이른다.

방탄 기능 외에도 대통령 의전차에는 다양한 특수 장비가 탑재된다. 외부 공기 공급 차단 시스템, 자동 소화 장치, 화학·생물·방사능 공격에 대응하는 공기정화장치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타이어 4개가 모두 파손돼도 시속 80~100km로 3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도 장착된다. 차량 내부에는 대통령과 같은 혈액형의 혈액팩이 보관되며, 비상 통신 장비와 독립된 산소 공급 시스템도 갖춰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공식 근무를 시작한 29일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공식 근무를 시작한 29일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엔진도 일반 모델과 다르다.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해 S680 가드 모델에는 V12 6.0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 출력 630마력, 최대 토크 91.7kg·m를 발휘해 충분한 기동성을 확보한다. 실내는 운전석과 뒷좌석이 격벽으로 분리된 리무진 구조로, 뒷좌석 탑승자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최대한 보장한다.

마이바흐는 차량 한 대당 210개의 가죽 조각과 100여 개의 원목 장식이 들어가며, 옵션이 매우 다양해 경우의 수를 따지면 약 200만 가지 조합이 나온다. 완전히 똑같은 마이바흐는 단 한 대도 없는 셈이다. 판매 시 고객 한 사람마다 전담 담당자가 배정돼 오너의 주문과 성향에 맞게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대통령 의전차는 그 자체로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움직이는 청와대로 불린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다양한 의전차를 사용해 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캐딜락 플리트우드 62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캐딜락 플리트우드 75를 사용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 에쿠스 리무진과 벤츠를 함께 사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벤츠 S600 가드와 에쿠스 리무진을 사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또한 마이바흐 S600 가드를 탔다.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022년 5월 9일로부터 1330일 만이다.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청와대에 한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게양됐으며,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환원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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