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친구가 부럽대요”…'워라밸' 가장 좋은 지역 1위는?

2025-12-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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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보육시설·유연근무, 지역선택의 새로운 기준

유연근무가 가능하고,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으며, 아이를 맡길 곳까지 충분한 지역은 어디일까.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말뿐이 아닌 지역이 실제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성적표가 숫자로 공개되면서다.

지난해 12월 29일 고용노동부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대상으로 근로시간과 휴가 사용, 유연근무제 도입 여부 등 ‘일’ 영역과 여가·가사 시간 등 ‘생활’ 영역, 육아휴직과 보육시설을 포함한 ‘제도’ 영역, 지자체의 관심도와 정책 노력,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활성화 여부까지 총 5개 영역 25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지자체의 일·생활 균형 정책을 유도하고 확산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공개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사진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점수는 65.7점으로, 전년보다 4.9점 상승했다. 특히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에서 점수가 오르며 전국적으로 일·생활 균형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단순한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지수 상승을 이끈 공통 요인은 분명했다. 전 지역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비율이 늘었고,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율도 함께 증가했다. 육아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합 순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역은 전라남도였다. 전남은 일·가정 양립 제도에 대한 인지도,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사업장 비율, 지자체 차원의 홍보·교육·컨설팅 노력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제도를 만들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위는 대전이었다. 대전은 초과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휴가 사용 일수가 많아 ‘일’ 영역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휴식을 보장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3위에 오른 세종은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율과 배우자 출산휴가 활용도가 높아 육아 친화적 환경이 강점으로 드러났다.

대전의 오랜 명물 성심당 / 뉴스1
대전의 오랜 명물 성심당 / 뉴스1

영역별로 살펴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일’ 영역에서는 부산이 전년 15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초과근로시간이 줄고 휴가 사용이 늘어난 결과다. ‘생활’ 영역은 울산이, ‘제도’ 영역은 세종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특정 지역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강점을 중심으로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결과는 일·생활 균형이 단순히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지자체의 조례 제정, 홍보, 교육, 제도 설계가 실제 근로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육아휴직을 쓰기 쉬운 분위기, 가까운 곳에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유연근무가 가능한 환경은 결국 지역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부산 해운대구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레고 작품으로 꾸며진 '브릭맨 시티즈' 상설 전시가 열리던 때. 세계적인 레고 아티스트 라이언 맥노트가 이끄는 레고 전문가들이 2600여 시간을 들여 완성한 이 전시는 뉴욕, 런던, 도쿄, 시드니, 두바이 등 28개의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상직적인 건축물인 랜드마크 와 명소들을 레고로 축소 제작했다. / 뉴스1
부산 해운대구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레고 작품으로 꾸며진 '브릭맨 시티즈' 상설 전시가 열리던 때. 세계적인 레고 아티스트 라이언 맥노트가 이끄는 레고 전문가들이 2600여 시간을 들여 완성한 이 전시는 뉴욕, 런던, 도쿄, 시드니, 두바이 등 28개의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상직적인 건축물인 랜드마크 와 명소들을 레고로 축소 제작했다. / 뉴스1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일·생활 균형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지수가 상승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육아기 10시 출근제 신설, 단기 육아휴직 도입 등 일·가정 양립 여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어디에서 일하고, 어디에서 아이를 키울 것인지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연근무와 보육, 가사 부담까지 함께 고려되는 시대다. 이번 지수는 지역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일과 생활을 동시에 지키고 싶은 이들에게, 지자체의 정책 수준은 점점 더 중요한 선택 조건이 되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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