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홀린 LG… '가전' 떼고 '미래 차' 띄웠다

2025-12-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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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장 기술, 뉴욕·런던 전광판을 점령하다

뉴욕과 런던의 거대한 전광판에 LG 온 보드(LG on board)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 캠페인은 가전 명가로 각인된 LG전자의 브랜드 정체성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전장 사업을 일반 대중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끌어올렸다. LG 온 보드라는 슬로건에는 LG의 기술이 자동차에 탑재되었다는 물리적 사실과 고객의 모든 주행 경험에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중의적으로 담겼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 LG전자 뉴스룸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 LG전자 뉴스룸

공개된 영상은 기술의 나열보다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LG의 전장 솔루션이 실제 운전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영상 속 운전자가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차량 내부 카메라가 안면 근육의 변화와 눈 깜빡임 패턴을 즉시 읽어낸다. 이는 인캐빈 센싱(In-Cabin sensing, 차량 내부 감지) 기술이다. 시스템은 운전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개입한다. "휴식이 필요해 보이네요. 근처에 카페가 있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내비게이션 경로를 가까운 카페로 자동 재설정한다. 기술이 안전을 담보하는 보조자를 넘어 운전자와 교감하는 동승자 역할을 수행하는 장면이다.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끊김이 없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카페 안내를 마치자, 곧바로 차량용 웹OS(webOS) 콘텐츠 플랫폼 화면으로 전환된다. 운전석과 조수석 전면을 채운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재생된다. 이 장면은 차량 내부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주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상 말미에는 차량 내 경험이 집 안의 TV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 세계 2억 6천만 대 이상의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LG전자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모빌리티 영역으로 이식되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 전광판 / LG전자 뉴스룸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 전광판 / LG전자 뉴스룸

일반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지 않는 전장 부품을 대상으로 대중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부품사는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 형성에만 주력했다.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최종 소비자가 느끼는 차량 내 경험이 완성차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소비자가 LG의 기술이 들어간 차를 선호하게 만듦으로써 완성차 업체를 압박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고도의 풀(Pull)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된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는 인재 영입과도 직결된다. 전장 사업은 AI, 소프트웨어, 통신 기술이 집약된 분야다. LG전자가 최근 VS(전장)사업본부의 공식 링크드인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 형식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딱딱한 기술 용어를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MZ세대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선언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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