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손흥민 동료의 축구 국가대표팀, 너무 못한다고 '강제 해체'

2026-01-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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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 해체, FIFA 중징계 위기 직면한 가봉
오바메양 출전금지·스태프 해고, 정치 개입 논란 확산

가봉 정부가 202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한 자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해체했다.

가봉 축구 국가대표팀의 드니 부앙가와 손흥민 / 뉴스1
가봉 축구 국가대표팀의 드니 부앙가와 손흥민 / 뉴스1

지난 2일 AP 통신과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가봉 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표팀 해체 조치를 발표했다. 발표는 가봉이 코트디부아르에 2-3으로 역전패해 대회 탈락이 확정된 직후 이뤄졌다. 가봉 축구의 상징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마르세유)에게는 출전 금지 징계가 내려졌다.

맘불라 장관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부끄러운 경기력을 보인 축구 대표팀 활동을 무기한 중단한다"며 "코치진을 해산하고 오바메양과 브루노 만가(파리13 아틀레티코)를 대표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메양은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도 몸담았던 세계적 공격수다. 가봉 A매치 역대 최다 득점자로 41골을 기록하고 있다. 만가는 가봉 대표팀의 주전 센터백으로 A매치 105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이다.

맘불라 장관은 또 부임 2년 차인 티에리 무유마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 전원을 해고하겠다고도 밝혔다.

거기에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가봉 대통령은 가봉 대표팀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에서의 애국심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응게마 대통령은 2023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가봉 축구대표팀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나이지리아에 1-4로 패해 본선 진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어 모로코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카메룬에 0-1로 패한 데 이어 FIFA 랭킹 100위권 모잠비크에게도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3차전에선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2-0으로 앞서다가 허무하게 역전패했다.

왼쪽부터 드니 부앙가,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 부앙가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드니 부앙가,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 부앙가 인스타그램

오바메양은 1, 2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뒤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마지막 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3차전을 앞두고 소속팀 마르세유로 복귀했다. 가봉 정부는 이를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판단해 징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르세유는 오바메양의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소속팀 복귀를 요청한 것이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인물 중 하나는 드니 부앙가다. LAFC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현재 가봉 대표팀 공격의 핵심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대표팀 활동 중단으로 그는 개인 의지와 무관하게 대표팀 커리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부앙가는 이번 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개인 SNS에 남겼다. 그는 "모든 것이 꿈꾸던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며 "어떤 것들은 설명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시련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고 다가온다. 폭풍우를 헤쳐나간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축구대표팀을 해체하고 경기인 징계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제대회 무기한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FIFA는 각국 축구협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정부가 축구 행정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가 흔했다. 하지만 FIFA가 정부 간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이후로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실제로 과거 나이지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정부가 대표팀 활동을 2년간 정지시켰다가 FIFA로부터 즉각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가봉 정부도 FIFA가 이번 사안을 들여다볼 가능성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AP는 가봉 텔레비전 소셜미디어 채널에 올라왔던 맘불라 장관의 발표 영상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정부 웹사이트에도 이번 발표 관련 성명이 게시되지 않았다.

ESPN은 "TV 브리핑 이후 몇 시간 만에 정부는 성명을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성명에 언급된 것들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대표팀 소집과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정부 개입이 계속될 경우 FIFA의 강력한 제재를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튜브, 연합뉴스 TV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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