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치워라, 직접 본다"~ 전남대병원 수뇌부의 '운동화 경영' 통했다
2026-01-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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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치워라, 직접 본다"~ 전남대병원 수뇌부의 '운동화 경영' 통했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병원장실의 문턱이 낮아지자 병원이 달라졌다. 결재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경영진들이 넥타이를 풀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현장으로 나섰다. 전남대학교병원이 지난 2년여간 추진해 온 이른바 '현장 밀착형' 리더십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책상머리가 아닌, 환자의 침대 곁에서 답을 찾는 파격적인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탁상공론 타파, 경영진이 직접 뛴 '730일의 대장정'
전남대병원의 변화는 '환자안전 경영진 Walkround(워크라운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정 신 병원장을 필두로 진료부원장, 공공부원장 등 병원의 핵심 결정권자들이 3개 팀을 꾸려 직접 현미경 점검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이들이 훑은 곳만 해도 병동, 중환자실, 검사실 등 70개 핵심 부서에 달한다.
기존의 점검이 형식적인 보고서 낭독에 그쳤다면, 이번 워크라운드는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에 방점을 뒀다. 경영진은 의료진과 무릎을 맞대고 현장의 고충을 들었고, 그 결과 인력, 시설,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숨겨져 있던 43건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 즉각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1분 1초' 사수하라… 응급환자 프리패스 시스템 구축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응급 상황 대응 프로세스의 혁신이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승강기 제어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전 부서에 응급환자 이송 시 승강기 우선 사용권을 부여해, 환자들이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생명길'을 튼 것이다.
IT 기술을 접목한 안전망도 촘촘해졌다. 조영제 부작용 정보를 전산 시스템과 연동해 투약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중환자실에는 '스마트 널스(Smart Nurse)'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진이 환자 케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스마트 진료 환경을 조성했다.
#디테일이 명품 병원 만든다… 환자 체감 안전도 UP
거창한 시스템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도 놓치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노후 침대를 수선하고, 어두운 조명을 LED로 교체해 병실 환경을 환하게 바꿨다. 대기실 의자 팔걸이를 보강하고 출입문에 안전 문구를 부착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던 지하 1층 린넨 운송 통로에는 차단벨트 운영 시간을 늘리고 이송 요원 동반을 의무화해 잠재적 위험을 제거했다. 복잡한 병원 구조 탓에 길을 헤매던 환자들을 위해 동간 이동 안내 표지판을 재정비한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소통이 곧 경쟁력, 전국 병원이 주목하는 '전남대 모델'
이번 워크라운드의 가장 큰 수확은 '신뢰'다. 현장의 건의사항이 즉시 경영진에게 전달되고, 개선 과정이 투명하게 피드백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크게 올랐다. 이러한 전남대병원의 혁신 사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우수 사례로 선정되는 등 타 대학병원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신 전남대병원장은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는 현장의 디테일한 문제들이 병원의 수준을 결정한다"며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주차장이나 입퇴원 라운지 등 병원 구석구석을 끝까지 점검해, 단 하나의 사각지대도 없는 '무결점 안전 병원'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