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건너왔다…정상회담 직후 중국으로 향하는 ‘유물’

2026-01-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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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단 “황족 저택 문 앞 석사자상 추정”

간송미술관 앞을 지켜온 석사자상 한 쌍이 80여 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간다.

간송미술관 보화각 정문에 배치된 석사자상 한 쌍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간송미술관 보화각 정문에 배치된 석사자상 한 쌍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 국가문물국과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청대 석사자상 한 쌍을 중국에 기증하는 내용의 협약 문서에 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했다. 80여 년간 성북동을 지켜온 ‘간송미술관 사자상’이 외교 일정의 한 장면 속에서 귀환 절차를 밟게 됐다.

기증 대상은 청나라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사자상 한 쌍이다. 높이는 약 1.9m에 무게는 약 1.25t으로 크기 자체도 압도적이다. 이 사자상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33년 일본에서 경매로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간송은 석사자상과 함께 고려와 조선시대 석탑 석등 부도 등을 일괄 구매했고 이후 사자상은 오랜 시간 간송미술관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사자상이 지금의 위치에 놓인 건 1938년이다.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이 건립되면서 정문 입구에 배치됐고 그 뒤로 80여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방문객을 맞아왔다.

이 사자상은 처음부터 우리 유물로 분류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생전의 간송은 이 석사자상이 중국의 유물이니 언젠가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주변에 남겼다고 알려졌다. 간송미술관도 그 뜻을 실행하려 2016년 수장고를 신축할 당시 중국 기증을 추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중단된 바 있다.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실무를 맡으며 길이 열렸다. 간송미술관이 지난해 말 기증 관련 업무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위임했고 박물관 측이 중국에 기증 의사를 전달하며 협의가 진행됐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전문가 5명을 보내 사자상을 직접 감정했고 작품의 가치 평가까지 마쳤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이 사자상이 역사적 가치와 예술성 과학적 가치를 모두 갖춘 우수한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제작 기술과 장식 표현이 정교하고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질을 근거로 베이징 또는 화북 지방의 대리석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고 황족 저택인 왕부의 문 앞을 지켰던 택문 석사자상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과 라오취안 중국 국가문물국 국장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각각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과 라오취안 중국 국가문물국 국장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각각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협약 체결에 따라 석사자상은 조만간 중국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기증이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중 간 문화협력과 우호 증진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서울 성북동에 세운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우리 고서화와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보다는 보존과 연구에 무게를 두고 운영돼 왔으며, 2024년 9월에는 소장품을 보다 넓게 공개할 수 있는 분관인 ‘대구간송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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