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끄고 배터리·수소 켠다… 롯데케미칼, '스페셜티'로 체질 대전환
2026-01-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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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 구조개편으로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인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설비(NCC)의 통합과 재편을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고 확보된 여력을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구조개편은 정부의 산업 구조 전환 정책에 발맞춘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을 합병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주무 부처에 제출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기한보다 한 달 앞선 결정으로 업계에서는 민간 주도의 자발적 구조조정 첫 사례로 꼽힌다. 해당 안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양사가 보유한 중복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의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여수 산업단지에서도 강도 높은 설비 조정이 이어진다. 롯데케미칼은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 등 인근 석유화학 기업들과 협력해 중복된 설비를 통합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조율 중이다. 국내 전체 NCC 생산 능력 중 약 370만 톤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는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겠다는 회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향후 채권단 실사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감축 및 통합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기존 사업의 군살을 빼는 동시에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는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전남 율촌산단에 설립된 롯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공장은 지난 10월부터 일부 라인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최종 준공을 앞둔 이 공장은 연간 50만 톤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컴파운딩(Compounding) 생산 기지다. 컴파운딩은 두 가지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를 배합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공정으로 모빌리티와 IT 기기 내외장재에 쓰이는 고기능성 소재를 만든다. 롯데케미칼은 이곳에서 향후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uper EP)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소재 공급망도 강화한다.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제조 기술을 앞세워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주목받는 AI 반도체 기판용 회로박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유일의 회로박 생산 라인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미세 회로 구현용 고부가 제품 공급을 늘려가는 중이다.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울산에서는 SK가스와 합작한 롯데 SK 에너루트가 지난 6월부터 20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탄소 배출 없이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된다. 내년까지 총 4기의 발전소를 가동해 발전 용량을 8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산 단지에는 국내 최대 수준인 450bar 압력의 고압 수소 출하 센터를 완공하고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일본 도쿠야마와 합작한 한덕화학을 통해 글로벌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 현상액(TMAH) 생산 설비를 증설한다. TMAH는 반도체 웨이퍼의 미세 회로 패턴을 깎아내는 현상 공정에 필수적인 화학 물질이다. 경기도 평택의 약 9,800평 부지에 신규 생산 시설을 짓고 있으며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맞춰 늘어나는 고순도 소재 수요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