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똑같은데…‘이 번호판’ 달면 고속도로 1차선 못 들어옵니다

2026-01-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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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인데 왜 다를까? 승용·승합·화물차 구분 방법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승합차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똑같은 차종인데도 여유롭게 전용차로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운전자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영치된 번호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영치된 번호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적용되는 기준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번호판 앞자리 숫자에 따라 버스전용차로 이용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번호판만 확인하면 해당 차량이 어떤 분류로 등록됐는지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 세금·보험·면허까지 바꾸는 ‘앞자리 숫자’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렉스나 카니발 같은 다목적 차량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등록 목적에 따라 분류가 달라진다. 가족 이동용으로 등록되면 승용차로 묶이고, 학원 셔틀이나 회사 통근용처럼 사람을 태우는 용도로 쓰이면 승합차로 등록되는 경우가 있다. 짐 적재를 중심으로 등록돼 화물차로 분류되는 사례도 나온다. 차체 생김새만 보면 비슷하지만 등록 형태는 번호판에서 갈린다.

승합 번호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승합 번호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겉모습만으로 분류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대신 번호판 앞자리 숫자를 보면 등록 분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두 자리 체계를 쓰던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세 자리 번호 체계가 널리 쓰이면서 승용차는 100~699번대, 승합차는 700~799번대, 화물차는 800~970번대를 사용한다. 버스도 승합차로 분류돼 7번대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단다. 도로 위에서 빠르게 볼 때는 앞 두 자리만 확인해도 1~6은 승용, 7은 승합, 8~9는 화물로 대략적인 분류를 바로 가늠할 수 있다.

승용차와 승합차의 구분의 핵심 기준은 ‘승차 인원’이다. 10인승 이하 차량은 승용차로, 11인승 이상은 승합차로 분류된다. 같은 카니발이라도 9인승은 승용차로 등록되고 11인승은 승합차로 등록되는 이유다. 운전자들이 “겉모습은 비슷한데 규정이 다르다”고 느끼는 지점이 여기서 나온다.

고속도로에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고속도로에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분류가 달라지면 세금과 보험, 운전면허 조건까지 함께 달라진다. 승용차는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가 결정되는 반면 승합차는 배기량과 무관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영업용 기준으로 7~10인승 승합차는 연간 6만 5000원(지방교육세 포함)을 납부하는 구조다. 승합 등록을 선택하는 이유로 세금 부담을 꼽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화물차 역시 승용차와는 다른 기준으로 자동차세가 부과된다. 배기량이 아니라 적재정량을 기준으로 세액이 정해지는 구조다. 비영업용 기준으로 1톤 이하 화물차의 자동차세는 연간 2만8000원(지방교육세 포함)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승합차에는 안전 규정도 함께 적용된다. 2013년 8월 이후 출고된 11인승 이상 승합차에는 시속 110㎞ 이상 주행을 제한하는 속도 제한 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버스나 승합차의 과속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운전면허 요건도 다르다. 승용차는 2종 보통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1종 보통 면허가 필요하다. 검사 주기 역시 까다롭다. 승용차는 최초 2년 이후 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승합차는 1년에 한 번, 차령이 5년을 넘으면 6개월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그럼에도 승합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세금 혜택이 크고, 개인사업자는 차량 구입 시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6명 이상이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어 출퇴근길이나 주말 교통 혼잡 구간에서 유리하다.

◈ 승합·화물에 따라 달라지는 고속도로 규정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겉모습은 승용이나 승합차처럼 보여도 번호판 앞자리가 8이나 9로 시작하는 화물차는 편도 3차로 이상 고속도로에서는 1차로를 이용할 수 없다. 편도 2차로 구간에서는 추월을 위해 잠시 진입할 수 있지만 편도 3차로 이상에서는 원칙적으로 1차로 진입이 금지된다.

이 때문에 픽업트럭처럼 생긴 차량이나, 외형은 승합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부 모델도 화물차로 등록돼 있다면 편도 3차로 이상 고속도로에서는 1차로를 달릴 수 없다.

결국 같은 차종이라도 9인승과 11인승, 승용과 승합, 승합과 화물의 차이는 좌석 수 차이가 아니라 세금과 보험부터 속도 제한 장치 적용, 검사 주기, 면허 조건, 고속도로 차로 이용 기준까지 운전 생활 전반에 적용되는 규정을 갈라놓는 요소다. 번호판 앞자리 숫자는 그 차이를 가르는 기본 기준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글자와 색으로 읽는 번호판의 의미

번호판의 체계는 가운데 붙는 한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 개인 차량은 ‘가~주, 거~루, 머~버, 서~어, 저~주’ 등 다양한 글자가 쓰인다. 반대로 택시나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은 ‘아, 바, 사, 자’라는 글자가 들어가고, 렌터카는 ‘허, 하, 호’, 택배 차량은 ‘배’, 외교 차량은 ‘외교, 영사’ 같은 특별 표기를 단다. 그래서 도로를 달리다 보면 택시 번호판의 ‘바’ 글자나 렌터카의 ‘허’ 글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색상도 번호판의 신분을 구분하는 요소다. 일반 차량은 흰색, 영업용은 노란색,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 차량은 하늘색, 외교 차량은 남색, 건설기계는 주황색 번호판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되면서 도로 위에서 법인 등록 차량도 색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하늘색 번호판이 부쩍 늘어난 흐름은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번호판은 단순히 네 자리 숫자를 부여해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그 안에 차량의 종류와 용도, 심지어 사회적 흐름까지 담아내는 장치다. 도로 위에서 눈에 잘 띄는 작은 금속판이지만 그 안에는 차량의 신분과 이야기가 빼곡히 새겨져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같은 차종이라도 용도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그만큼 도로 위 풍경이 한층 다채롭게 보이기도 한다.

유튜브, 국토교통부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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