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만화 '검정고무신' 7년 만에 이우영 작가 품에...'저작권 분쟁' 유족 최종 승소

2026-01-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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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우영 작가 유족, 저작권 분쟁 승소

만화 '검정고무신'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7년여 만에 마침내 종결됐다.

'기영이 바나나 짤'로 유명한 장면 / KBS
'기영이 바나나 짤'로 유명한 장면 / KBS
지난 12일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고 이우영 작가의 유족과 출판사 사이에 벌어졌던 저작권 관련 소송이 유족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설출판사의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 측과 장모 대표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오해나 쟁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형설앤 측이 유족에게 4,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김동훈 대책위원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은 기존 판결의 법적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특정 작품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적 판단은 종결됐지만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산업 전반의 인식 개선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포스터 / KBS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포스터 / KBS
앞서 이 작가는 2007년 사업권 설정 계약을 형설앤 측과 맺었지만 2019년부터 저작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형설앤 측은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책을 허락을 받지 않고 그렸다며 2억8,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작가는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 관련 사업 과정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고,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1심에서 "이 작가와 형설앤 간 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형설앤 측과 이 작가의 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계약을 맺은 시점부터 이 작가가 해지 의사를 밝힌 2018년 11월까지의 계약은 유지됐다며 해당 기간 이 작가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7,400만 원을 형설앤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작가는 소송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다 2023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항소심은 지난해 8월 1심과 달리 유족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추가로 형설앤 측과 이 작가 측의 기존 사업권 계약도 유효하지 않다며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각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 등을 생산·판매·반포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소송 과정에서 이우영 작가가 사망하면서 만화계에서 자주 논란이 됐던 불공정한 계약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저작권뿐만 아니라 캐릭터 수익 배분에 문제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2023년 7월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직권으로 '검정고무신'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등록 말소 처분을 내렸다.

2023년에 열렸던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회 / 유튜브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2023년에 열렸던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회 / 유튜브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은 이 만화를 읽었던 당시 세대가 아니더라도, '기영이 짤' 등과 같은 밈으로 전 세대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국민 만화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인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그 가족들이 함께 사는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 큰 인기를 얻었다.

검정고무신은 1992년 소년 챔프에 연재된 이후, 2006년까지 연재하여 한국 만화 사상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단행본으로 45권까지 나왔고, 1999년 <한국방송>(KBS)에서 티브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문화체육부로부터 '한국만화문화상 신인상'을 받았고, 199년에는 YMCA 우수만화 추천작품, 2000년 문화관광부 주관 출판만화 영상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과거 아주경제 인터뷰에 따르면, 이우영 작가는 국민학교 시절 동생이 만화를 그리는 것을 보고 처음 만화에 흥미를 갖게 됐다. 어려서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우영 작가는 공주전문대학(현 국립공주대학교) 만화학과에 입학한 후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1992년 도서출판 대원의 소년챔프 신인공모전에 우수상을 뽑혀 만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검정 고무신'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우영 작가는 애니메이션, 게임, 학습만화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화가이자 교수로서의 삶을 이어오던 이우영 작가가 소송에 휘말린 후 2023년 갑작스레 사망 소식을 전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home 배민지 기자 mjb071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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